올해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맑고 평년과 비슷한 기온으로 대학수능시험을 치렀다. 이맘때쯤이면 오래 전부터 수능일은 추운 날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아 수능을 앞둔 얼어붙은 수험생의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험이란 우리 인간들에겐 언제나 커다란 부담이고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도전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단군신화의 웅녀의 시험 외에도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주기도문에서도 의미는 같지 않지만,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말이 나오고, 불교에서는 연꽃을 든 석가모니의 물음에 가섭의 염화시중의 미소의 답을 듣는다.
시험은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를 확인하는 기능도 있지만,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기능을 더 크게 가진다. 시험은 교육 외적인 사회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는 시험이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가치관의 가장 명시적인 공식화 절차이기 때문이다.
몽고메리의 교육적 기능에 대해 아시아 지역의 유네스코 보고서의 역기능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시험의 심각성이란 점수를 많이 취득한 자보다 적은 점수를 받은 자에게 언제나 커다란 문제를 지니는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부분의 좋은 기회는 높은 점수를 받은 자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간사에는 지적인 방법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육체적인 면, 그리고 심성적인 다양하고 중요한 또 다른 얼굴 등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세상은 각양각색의 모든 유형의 인간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모르는 낮은 시험점수를 받은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좌절하고 심지어 귀중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버트 슐러 박사는 “인간사회에서 진실로 압력이 되고 있는 것은 ‘할 수 없다’ 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차라리 모든 문제는 오히려 ‘찬스’로 보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원리를 재발견해야만 한다. (중략) ‘나는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하게 되면, 당신은 틀림없이 그것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 낙방했다가 재수, 물리학과에 입학한 아인슈타인이나 발명왕을 꿈꾸는 어린이들의 희망이요 등불인 에디슨 등이 바로 이런 사례를 방증하는 인물들이다.
이 재 복
수원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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