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선수단이 들었던 ‘R.O.KOREA’(Republic of Korea) 표지판을 보고 의아해 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외국인들은 종전과 다른 표지판이 등장했으니 우리 국명이 지닌 영광과 영예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호칭을 놓고 한 차례 논란이 벌어질 태세이다. 의식 있는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국명과 관련한 원칙이라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한다. 모 출판사 발행 국어사전에 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짓기 위하여 사물이나 단체에 붙이는 일컬음’과 ‘평가나 가치 그에 따른 영광 명예 영예’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 우리 국명에도 사전처럼 무한한 가치와 국가의 영광을 함께 간직하고 있음은 만인 주지의 일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 사이에서는 국명에 대한 의식이 아주 낮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고위 공직자는 물론 공영방송인 KBS조차도 국명 사용에 혼란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참 많다. 남북 관계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방송에서 어느 사이에 한국은 남측이 되었고 북한은 북측으로 불린다. 지난 10월 어느날 아침, KBS 2TV ‘세상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한 리포터가 한국과 북한이라고 말하길래 제대로 하려나 생각했는데 그 다음 출연자부터는 역시 남한과 북한이고 남측ㆍ북측이었다.
필자가 겪었던 일화 한 토막. 지난 정부 때 KBS라디오에서 국제정세 브리핑을 요청받고 남북 관계를 설명할 때 한국과 북한이라고 했다. 담당 PD가 진행자에게 정정을 요구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북한이라고 불렀더니 다음부터는 정기출연을 아예 정지시켰다. 북한의 대외 명칭을 그대로만 사용하라는 것인지 우려되던 대목이었다.
통일 전 서독의 하원 의원 한 사람이 동독의 대외명칭(독일민주공화국)을 그대로 의회에서 사용했다가 의원직을 제명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 서독에서는 동독은 DDR로, 동독이 서독을 불렀던 BRD은 사용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그렇게는 못할망정 우리 국명 사용 원칙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신현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