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마북동 이야기

지난 1975년 용인 마북동, 경인고속도로 뒤편의 한적한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다. 마을 한 구석에 옴팍하게 자리 잡은 경기여자기술학원이라는 집단시설에 수용돼 있던 꽃다운 20대 여성 37여명이 불꽃 속에 사라져버렸다. 이곳에서는 철조망 둘린 감옥 같은 시설에 젊은 성매매 여성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있었다. 원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중·3중으로 잠금장치와 쇠창살로 온통 가둬버린 시설 속에서 19명의 원생들이 탈주과정에 불을 질러 50여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1970년대에는 성매매여성(윤락여성)을 죄인시하여 강제로 연행, 감금하고 재활훈련을 강제하였다. 당시에야 인권자체가 무시되던 시대인데다 하물며 윤락여성의 인권은 아예 말할 나위도 없었다.

 

젊은 여성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이곳은 원통한 영혼이 맴도는 곳이라고 한동안 사람들이 기피하는 지역이 돼 버렸다. 심지어는 택시 운전사들이 가기를 꺼려했던 곳이기도 했다.

 

1년여 동안 폐허처럼 버려졌던 이곳은 매각처분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 결국 여성들이 불우하게 죽어간 곳인 만큼 여성들을 위한 시설을 세우자고 결정됐다.

 

당시 센터를 세우기 위해 둘러보니 강당에는 죽은 원생들의 이름이 써진 슬리퍼, 타다만 이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건물 및 책걸상은 그을음에 그을려 있었다고 한다.

 

페인트를 칠하고 천장을 가리고 시트지를 붙이는 작업 끝에 지금은 마북동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여성전문시설로 거듭났다.

 

그렇게 여성들의 한이 맺혔던 곳이 이제는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 창업지원, 모자가정의 자립지원 등 여성을 위한 경기도의 전문지원시설로 재탄생돼 운영되고 있다.

 

지금 이곳 마북동에는 새로운 인생을 모색하는 활기찬 여성들의 웃음소리와 희망이 넘치고 있다. 3D 디자인, 캐드 등 다양한 전문기술을 배우는 여성, 새로운 기업을 창업한 여성들로 온 센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사회의 주인으로 우뚝 서도록 돕는 여성능력개발센터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신종철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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