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미술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의·식·주는 인간의 생존에 필요불가분의 관계로 인해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받아들여지지만, 미술을 모른다고 무시를 해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술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이미 의·식·주의 모든 부분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가는 가난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거나 혹은 ‘미술작품을 금전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천박한 일이다’라는 식으로 단정 짓는 데서 오는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일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흔히 샤넬이나 페라리처럼 외관이 멋진 제품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눈에 좋다고 반드시 훌륭한 디자인은 아니며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것도 좋은 디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계적 공학 칼럼니스트이자 ‘테크놀로지의 계관시인’ 헨리 페트로스키와 같은 학자들도 있으며 “색깔과 형태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도 디자인의 영역이다. 인간은 아주 섬세한 ‘감각의 다발’이다. 이 감각을 활용해 세상을 새롭게 느끼고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가자는 것이 햅틱 이론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날 신문지상에서, 일본의 소니를 뛰어넘어 전 세계의 시장에 역사적 새 장을 연 삼성에게 철학 부재라는 일침을 가한 일본 대표 디자이너 하라 켄야 교수의 글을 인상적으로 읽은 기억이 난다. ‘해외 유학파가 많은 한국 디자인 스타일링은 일본보다 앞섰으나 이제는 한국다움이 무엇인지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미국 혹은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해보면 중국 식당이나 일본 식당은 보는 순간 국적을 알 수 있지만 한국 식당은 간판의 글씨를 봐야 알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이 독일의 문화철학자 슈펭글러는 그의 저서 ‘서구의 몰락’에서 개개문화의 차별성과 그에 따른 고유의 역사성이 필요충분조건임을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디자인에 있어서 한국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아무리 지나쳐도 지루하거나 식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한국의 얼굴이고, 한국인의 문화적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국 디자인이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고 세계 미술계에 당당히 일조하기 위해선,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매진해야만 한다고 사료된다.  이재복 수원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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