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침밥 먹으러 가도 돼요? 한 40분 후에’ 아내의 핸드폰에 문자가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말 결혼한 아들 녀석의 문자다. 아들 내외는 모두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못 먹게 됐는지, 아니면 그날따라 아침밥이 먹고 싶었는지 제 엄마에게 문자를 넣었다. 새벽 예배드리고 들어가 누워있는 아내를 깨우기가 안쓰러워 ‘그래 오너라’ 라고 대신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 얼른 넥타이만 푸르고 앞치마를 두르고 밥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고 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두부도 있고 콩나물, 무도 씻어 손질해 놓은 것이 보인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커다란 동태도 있다. 얼른 두부는 썰어서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냉동실 동태를 꺼내 손질해서 무와 콩나물을 넣어 찌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치 깍두기를 상에 올려놓고 아침상을 준비했다. 몇 가지 반찬 뿐 이었지만 그런대로 밥상이 차려졌다. 밥상을 차려놓고 아내를 깨우면서 “애들이 아침 밥 먹으러 온대요” 했더니 깜짝 놀란다. 아무것도 준비 안됐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그래도 일어나라고 했더니 서둘러 주방으로 달려간 아내는 또 한 번 깜짝 놀라면서 왜 깨우지 그랬느냐는 것이다.
사실 나는 군대 생활할 때 부대장 숙소에서 관사병으로 근무를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부전자전이라던가. 내 아들 녀석도 부대장 숙소 관사병으로 근무를 했는데 세월이 흘러서 같은 관사병이라도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숙소에서 혼자 계시는 상관 식사수발을 다 들고 그야말로 온갖 집안 제반사를 다 하는 보직이었던 반면에 아들 녀석은 장교식당에서 식사를 날라다가 수발하고 숙소에서 하는 일도 단순한 일 정도만 하는 보직이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면서 관사 병의 근무형태도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그런 덕분에 나는 아내가 여행이라도 갈 때면 밥 짓기, 세탁하기, 청소하기 등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아내가 해외연수를 가서 여러 날 만에 왔지만 한 끼도 외식을 하거나 굶지 않고 여섯 살 된 막둥이와 함께 잘 지냈다. 그 기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신 교우 한분이 인근에 오셨다가 들렸다고 방문을 해서 마침 점심준비를 하는 중이라 손님대접까지 해서 보냈다.
애들이 미안해 할까봐 아내를 깨워서 앞치마를 막 인수인계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아들내외가 들이닥친다. 출근시간이 늦었다면서 밥 먹을 시간이 5분밖에 없다고 헐레벌떡 달려와 밥상 앞에 앉는다. 며늘아기도 빨개진 얼굴로 “미안해요 어머니, 그냥가도 되는데…”하면서 함께 밥상에 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둘이서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동태찌개며 두부 부침을 다 먹고 남은 것은 맛있다고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갔다. “찌개가 정말 맛있어요”하는 새 며느리에게 아내가 오늘 아침 밥상은 너희 시아버지가 준비했다고 피곤해서 누워 있는 사람 안 깨우고 문자온 것 보고 손수 준비를 했다고, 그러니 애들이 얼마나 무안하고 죄송했겠는가. 그래서 애들이 나간 후에 아내에게 왜 쓸데없이 그런 얘기를 해서 애들 미안하게 만드느냐고 한마디 했다. 누가 하면 어떤가, 시간이 좀 있고 할 줄 아는 일이라면 남녀가 따로 있는가, 그래서 부부는 돕는 배필이라 하지 않았던가.
점심 때 문자가 왔다. 이번에는 며늘아기에게서 온 것이다. ‘아버님 따뜻한 아침밥 너무 잘 먹었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시아버님이 해 주신 거라고, 신랑은 백점 시아버님은 만점이라고 자랑했어요’. 그래 군 생활 3년 관사 병으로 근무하며 밥 짓는 것을 배웠던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쑥스럽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반 종 원
은총침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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