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면서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운동이나 레저를 위한 산악 자전거도로, 하천변 자전거도로 등을 논외로 한다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자전거는 기존 도로를 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출퇴근, 장보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부족한 자전거도로 때문에 많은 불편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도와 함께 설치된 좁은 자전거도로에서 걷는 시민과 충돌 위험을 감수하거나, 이를 피하려면 도로에서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전거를 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시민단체와 정부는 오랜 시간 논의를 통해 차로, 인도와 분리된 자전거전용도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해 왔다.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지난 10월 의왕시에서 발생했다. 의왕시 중심을 지나는 국도 1호선 확장공사 마무리 과정에서 설치 중이던 자전거전용도로 분리대가 잘려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의왕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교통사고 위험, 교통 혼잡, 버스이용자의 불편, 철재분리대의 도시 미관 저해, 인근 상가 영업 지장 등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총 6억여 원의 예산 중 2억 원이 투입돼 공사 중이던 자전거전용도로를 철거해 버렸다. 그 흔한 토론회 한 번 없이 몇몇 주변 상인의 민원을 받은 의왕시장의 독단으로 국도 1호선 전 구간에서 최초로 건설되던 자전거전용도로가 사라진 것이다.
의왕시는 기존 보도에 설치돼 있는 자전거도로(정식명칭은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리대 철거 이후 폭 2m 정도의 자전거전용도로 구간은 불법주정차 차량의 전용공간으로 변해버렸다. 더구나 10차선 광폭도로 확장 과정에서 보도폭도 줄어들어 보도전체가 자전거도로인 경우까지 생겨났다. 의왕시의 경우 주거지역과 시청, 보건소, 도서관, 청소년센터, 노인복지회관 등이 들어선 복합행정타운이 떨어져 있어 도보로도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자전거로 찾아갈 수 있는 행정타운을 기대하던 시민들에게 의왕시는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는 불가능한가?’ 또는 ‘보행자가 자전거를 신경 쓰지 않고 산책할 수 있는 보도는 없는가?’에 대한 답을 해야만 한다.
안 명 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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