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집단 보상이 차별 불러선 안돼 사회통합적인 보상 체계 마련을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지난 9월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 가산점 재도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마치 재미없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지난 1999년 군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지 어느새 10여년이 지났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확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가산점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나, 여성, 장애자 등에 대한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하므로 그 방법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며, 이 판결로 인해 가산점제를 규정하는 법조항이 즉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군필자에게 채용시험에서 만점의 5%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우리 사회의 평등의식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충분히 논쟁했다. 그리고 성숙한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또다시 대통령 직속 기구가 나서서 군 가산점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단다. 2007년과 2008년에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국민들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가산점을 2.5%로 낮추고, 가산점 합격자의 상한선을 20%로 제한한다고 해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된 초기에는 차별이란 ‘직접차별’의 개념으로 이해됐다. 즉, 직접적이고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이나 그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차별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차별 개념도 확장되었다. 중립적인 기준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특성 집단의 구성원에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직접차별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로 중립적 기준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이라는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장애인 등에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차별이다.
군가산점 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군필자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상징적인 보상’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군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이 군복무 기간 동안 겪은 희생과 사회적 상실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상한다는 취지와 달리 여성, 장애인 등 또다른 집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왜 특정 집단에 대한 보상이 다른 집단에 대한 차별을 근거로 해야 하는가.
또한 군가산점 제도가 실질적 보상이 될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7·9급 공무원시험이나 공공부문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일부 제대군인들뿐이다. 오히려 군가산점 제도를 통한 ‘상징적인’ 보상만을 강조함으로써 제대군인들의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요구 제기를 가로막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07년 ‘군복무에 대한 사회통합적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 20~30대 남성 1천명을 대상으로 군 가산점 대안으로 필요한 제도를 질문한 결과 “제대군인을 위한 취업지원 센터 운영(32.3%)”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학자금 장기 저금리 융자, 국민연금 군의무 복무기간 반영, 세금 및 의료보험 할인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나라를 위해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군에서 보낸 젊은이들을 위한 보상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군복무에 대한 보다 사회통합적이고 실질적인 보상 체계 마련이다.
/정 형 옥 道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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