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상식

정규적으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어느 단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수치료(水治療, hydrotherapy)에 필요한 기구 일체를 급히 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봉사자들에게 싣고 간 기구들을 건네주며 함께 차량 봉사를 하신 분을 소개했습니다. 그분은 고아원에서 성장해 자수성가하신 분으로 시골에 농장을 갖고 있었는데 해마다 많은 경비를 들여 감자나 옥수수 등의 농사를 지은 후 팔지 않고 장애인 단체나 동네 노인정에 희사하는 분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평소 별 말씀이 없던 그분이 불쑥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희생하며 남들에게 퍼주고 도와줘 봤자 아무 소용없고 실망만 남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은 뭘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대가를 바라고 도와준 것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거든요. 남을 돕는 기쁨으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는데요! 참…” 담백하게 혼자 말하듯이 던지던 그 분의 말이 누군가를 도와주다 후회스러워질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곤 합니다.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실망. 그것들의 대부분은 사람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비상식적인 사람들, 곧 상식 이하의 사람들 때문에 경험하는 실망과 고통입니다. 그러면 그 상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거는 최소한의 기대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도와줬을 때 상대방에게 아무 대가도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세상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오늘 가까웠던 사람이 내일은 등을 돌리는 사람들의 속성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상식 밖의 일들로 실망하는 일 또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누가 인정하든지 혹은 그렇지 않든지 그것이 그 사람의 선행에 아무런 동기가 되지 않습니다. 선을 행하고 덕을 베풀 수는 있으나 사람 때문에 실망할 일도 또 훗날 “그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이야”란 말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신은 기쁨과 즐거움의 보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는 성구의 한 말씀이 새롭게 와 닿습니다. 

 

김영수 안산다문화가족 행복나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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