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포동을 아십니까?

경기북부에 ‘양포동’이란 곳이 있다. 행정동 이름이 아니라 우리나라 섬유업체들이 모여 있는 양주, 포천, 동두천 세 곳을 이르는 말이다. 전통적 섬유도시인 대구경북을 앞질러 우리나라 최대 섬유집산지로 성장한 양포동(양주, 포천, 동두천)은 국내 최대 니트산지이며 전세계 고급니트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생산기지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인 포천시민 조차도 포천시가 기초자치단체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유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그 수가 약 1천200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때 이 지역 피혁 및 염색업자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한탄강 오염의 주범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악조건 아래 양포동이 세계 최고의 니트생산 거점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임과 동시에 어쩌면 한국인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일인 듯하다.

 

2000년을 전후로 수도권과밀화와 도심재개발 등으로 편직 및 염색가공 섬유업체들이 땅값 싸고 동대문패션시장과 근접한 신천지로 발굴한 곳이 바로 양포동이다. 이렇듯 양포동은 정부의 개입없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소재별, 공정별로 특화되고 전문화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경기북부 섬유산업의 가치가 국가적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섬유소재연구소가 건립되었고 여러 가지 지원정책도 강구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김문수 지사가 양포동 홍보대사를 자임할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양주·포천시 단체장들과 김성수 국회의원도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전략적 업무제휴를 통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분야별 국내 최고기업인 패션그룹형지, LG패션, 코오롱, 휴비스, 삼일방직, 일신방직, 한솔섬유 등 기업의 투자러쉬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산 및 시흥의 중견염색업체들도 향후 대단위로 조성될 양포동 섬유전용단지로의 이전을 통한 비용절감을 검토 중이다.

 

낙후된 경기북부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양포동의 니트산업 뿐이다. 과거 10년은 업계 자발적인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반을 갖추었다면, 향후 10년은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고의 종합섬유메카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김숙래 한국섬유소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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