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관광개발의 최적지 ‘걱정거리’ 관광지로 바꾸는 역발상
세상엔 참 걱정거리도 많다. 풍년이 들면 넘쳐서 걱정, 흉년이 들면 모자라서 걱정이다. 집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니 속을 태우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근데 걱정이란 녀석은 신기루와도 같다.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가도 어느 사이 슬며시 사라져 버린다. 엄청난 문제라도 몰고 올 것 같던 갖은 걱정거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깨달을 즈음이면 또 다른 걱정이 다가온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다가오는 찰거머리 같은 녀석, 언제 생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문제들을 사람들은 걱정이라 부른다.
기업경영이나 공공사업에도 걱정거리는 많다.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 때문이다. ‘잘 못 되면 어떡하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면서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막연한 문제들, 그러나 걱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것은 창조상상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의 각종 공공사업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모두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소재가 된다. 공동화된 농공단지는 농민미술관이나 공연장으로, 참나무 숲은 참나무를 테마로, 짓다 만 흉한 건물이 있다면 흉물을 주제로, 일출이 없는 서해안은 낙조관광을 살리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본다. 걱정이나 문제 자체를 해결책으로 바꿔보는 것이 아이디어다.
사례를 보자. 이천·여주·광주에는 우리나라 도예인의 48%가 몰려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자부심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우아한 직업인’에게도 걱정은 있다. 도자상품과 작품의 홍보와 유통, 새로운 창작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작품 제작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파편들의 처리, 도자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이 걱정거리였다. 재단에서는 그 걱정을 주제로 삼아보기로 했다.
먼저 도자 제작과정에서 실패한 작품이나 버려지는 도자 파편들, 잘 안 팔리는 악성 재고와 깨진 도자들의 매입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의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앞두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한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도자 파편이나 악성재고들이 다시 새로운 창작의 소재가 된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아채지 못했다. 파편들은 건축과 인테리어, 거대한 도자 환경조형물의 소재가 된다. 도자기 파편으로 집을 짓고 숲을 만들고, 연못이나 놀이터가 있는 도자기 테마파크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테마파크는 관광지가 된다. 도자기가 팔리지 않더라도 도예인은 창작활동을 하며 생활할 수 있고 주변의 음식점이나 주유소, 수퍼마켓에까지 관광객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5일 근무제가 정착돼 가는 지금은 생활관광시대다. 수도권 2천만 이상의 예비관광객을 두고 있는 경기도는 관광개발의 최적지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로부터의 관광객들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시장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곳이 경기도다. 최소한 연간 3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한국관광의 핵심지역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손님이 적게 찾아오는 것이 또 ‘걱정’이다. 기존의 명승고적 외에도 땅이 넓고 강과 산, 골짜기 등 한국 고유의 관광자원이 될 만한 소재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써먹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다.
이 작은 걱정거리를 관광으로 풀어보는 것도 좋다. 관광지를 조성하려면 또 수많은 ‘걱정거리’들이 생기겠지만 일단 시도해 보면 어떨지? 많은 문제들이 예상되겠지만, 사소한 문제는 미리부터 걱정해 둘 필요는 없다. 고쳐가면서 해결해도 심각한 문제로 남지는 않는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소출이 적은 농지나 산림, 개펄, 철조망, 실개천과 강물, 어지러운 마을환경까지 모두 경기도만의 특성화 관광자원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강 우 현
남이섬 대표이사
한국도자재단 이사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