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안보협력체 제안할 좋은 기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의 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최근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일·중 간에 발생한 영토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대통령이 중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각국의 영토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상황인지라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외교적 제안이라 하겠다. 회담이 성사되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두 나라 사이에선 난마처럼 꼬였던 문제가 여러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를 역사상 많이 보아 왔다. 이번에 극동지역 문제를 놓고 당사국을 포함해 같은 문제를 각각 안고 있는 한·중·일 3국의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역 문제 해결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 통일에도 좋은 징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역안보협의체와 경제공동체가 없는 극동아시아에서 공동의 문제를 놓고 주요 3개국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앞선 생각이겠지만 향후 한국의 통일 문제를 논의할 지역 공동체 결성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동서냉전이 가장 첨예하게 펼쳐지던 1975년, 독일의 제안으로 ‘유럽 땅에서만은 전쟁을 막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유럽안보협의체(OSCE)를 결성했다. 당시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 유럽국가와 미국 캐나다가 참여했던 기구가 이제는 56개국으로 확대된 유일한 범유럽기구이며, 최대의 지역안보기구로 유럽과 국제평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준조절충(樽俎折衷).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아시아지역안보협력체 결성 문제를 국제 공론화하고 밀고 나간다면 어렵겠지만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고 본다. 유독 이 지역에만 지역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지역안보기구가 없는 것도 설립을 위한 좋은 명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신 현 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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