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백로가 지나니 완연한 가을이다. 밤낮 기온차가 높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 뿐 아니라 암 등의 중증 질환도 증가하고 집단 감염이나 전염병도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당연히 건강권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혹자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병원 의존도가 높다느니 의료비 과다지출이니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GDP 대비 6.5%로 OECD 국가의 평균지출의 9.0%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지출하는 의료비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 66조7천억 중 35.5%로 OECD 평균인 18.5%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고 한다. 이는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에 대한 공공지출이 적다는 것이다.

 

영화 ‘식코’에 빗대어 국민건강에 대한 의료보장의 우월성을 이야기 하지만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관심과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환경보건정책 강화, 국가 차원의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 구축, 치매·중풍 등 사회적 질병에 대한 대책, 약값 절감에 대한 문제 등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보장을 위한 체계마련이나 서민경제를 위한 의료비 가계부담의 최소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도 요원하다.

 

일례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자구책으로 심야응급약국을 시행하고 있다. 모 방송국에서 취재한 실태를 보면 당초 취지인 국민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의료비를 절감하기에 여전히 한계가 있고 운영 측의 입장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굳이 국민의 건강권 확보란 대의가 아니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 사고로 보더라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싶다. 다수의 공공선을 위한 선택은 무엇일지 고민케 하는 대목이다.

 

누구나 건강백세를 꿈꾸며 이를 위해 노력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사회의 의료안전망이 보장되어야 이러한 꿈이 현실화 될 수 있으며 건강권 보장의 출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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