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 이후에 할 일

근 10여 년 만에 중부지방을 관통한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간 상처가 시간이 지날 수록 깊게 드러나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간 지역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어른 허벅지 굵기 만한 소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지고, 비닐하우스와 차광막은 무너지고 찢겨져, 몇 년간 공들여 키운 인삼농사를 망치고, 표고버섯 묘목은 햇볕에 드러나 버렸다. 그 뿐이랴? 추석을 전후해 풍성하게 거둬들여야 할 배, 사과, 포도는 바닥에 나뒹굴고, 황숙기에 접어든 벼는 논바닥에 엎드려 졌다.

 

밤새 집을 들썩거리던 바람에 그저 자식과도 같은 농작물의 안녕만을 빌던 농업인들은 아침 일찍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태풍의 결과에 아연 실색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깊은 한숨만 내쉴 따름이었다. 작물 피해도 피해지만 바람에 휘어지고 널브러진 하우스파이프와 비닐 등 각종 영농자재 조각들은 몇 명의 힘 갖고는 도저히 정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어려운 재난 상황에는 늘 분연히 일어나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살아나 공무원과 군인, 경찰, 농협 직원, 새마을지도자 등 상당수의 민관군이 복구지원에 나서 급한 불을 꺼나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개월 동안 피땀으로 가꿔온 농작물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느냐다. 재난지역으로라도 선포 받아서 세제나 공과금 혜택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절차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도 재난지원금은 농약값 보상 수준이라는 말이 들린다. 농작물재해보험을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전화위복과 유비무환이 무엇이겠는가?

 

우선은 피해지역에 대한 재난지역 선포 등 발빠른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우선 천심인 농심을 위로하고, 잡목이 풍비박산난 산에는 이번 기회에 재목이 될 만한 나무로 수종갱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농작물재해보험도 정부지원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

 

대상 작물도 대폭 확대해서 많은 농업인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선진국 농업정책의 바로미터라 생각된다. 태풍 ‘곤파스’의 큰 피해를 거울삼아 이보다 더 큰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버텨 나가는 우리 농업, 농촌이 되도록 관계기관과 농업인 모두가 합심하자. 

 

서정석 농협중앙회 화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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