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테마파크 3천개 만들자

한국에서 경기도만큼 관광자원이 많은 지역도 드물다. 자연풍광과 명승고적 뿐 아니라 문화시설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관광인구 또한 안정적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울을 포함해서 2천만명 이상의 수도권 인구에다,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한국 관광산업의 노른자위다. 특성도 다양하다. 낙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서해안과 크고 작은 섬들, 다양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 그리 높지 않은 산과 골짜기들, 맑은 호수와 강과 지천들, 평화의 염원을 담은 휴전선에 이르기까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관광자원들이 즐비하다. 이 보물들이 모두 경기관광의 테마라 할 수 있다.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부풀려 이야기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가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는 집객효과가 크고 수많은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발전에 최적의 콘텐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젠 그 허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31개 시·군 특색있는  관광지 발굴

가장 큰 허상은 테마파크를 만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또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돈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기분을 만드는 관광산업과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은 다르다. 넓은 땅에 거대한 건물과 시설을 짓고, 디즈니건 유니버설이건 어딘가에서 성공한 스케일로 구색을 맞춰 놓으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허황된 선입견이다. 단언하건대 관광산업에서 남의 콘텐츠를 빌려다 성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의 여느 지역처럼 경기도에는 무수한 관광지가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곳은 적고 경쟁력도 미약하다. 쌀, 도자, 포도 등 개성 있는 콘텐츠들도 코스로 연결되지 못해 관광매력이 적다. 지역의 관광산업은 환경적 특성과 생산자가 다른 특산물들과 하나의 코스로 연결돼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1개 시·군에 걸쳐 있는 소규모 특화상품이나 테마들을 지역별로 100개씩만 선정해서 여행 코스로 연결하면 3천개의 테마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 손님이 출발하는 곳으로부터 주유소-수퍼-도자기-음식점-관광 목적지-숙박업소-쌀가게 등, 전혀 다른 테마를 하나의 끈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벨트 관광이다. 관광지와 관광지를 연결하면 벨트가 될 거라는 생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관광의 목적지는 하나면 충분하다.

 

특산물 홍보로 관광 매력 높여야

도자기를 만드는 요장 가운데 48%가 경기도에 모여 있으며 그 중 이천·광주·여주가 90%를 차지한다. 3개 도시가 ‘도자’라는 거대한 테마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도자엑스포와 비엔날레를 열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코스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콘텐츠는 있는데 코스가 없고, 테마는 있는데 파크가 없기 때문이다. 파크는 손님들의 쉼터이고 여유 공간이다. 여유 공간을 만드는 건 주민의 몫이다. 가게들만 즐비한 거리는 싸구려 장터로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관광지는 많아도 산업화되기 어렵다.

 

경기도의 관광 규모를 산업화시키려면 한 두 개의 포인트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콘텐츠들을 엮어만 주면 된다. 시·군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특화 관광지를 조성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도 아닌 공무원들이 배워가며 관광지를 만든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관광꺼리는 충분하다. 코스가 없고 매력이 부족할 따름이다.  강우현 남이섬 대표이사·한국도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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