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고 봉화가 올라야

우리 사회는 휴대폰 이래 스마트폰 열풍으로 개인 간의 소통이나 게임 혹은 영상을 즐기는 혼자만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회적인 축제나 문화 행사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이 시대 문화적인 면에서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모자라는 것은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나 문화 행사가 부족한 점이라고 여겨진다. 지역마다 축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색 있는 시민 참여의 문화행사가 적다는 것이다. 극장 안에서 하던 음악이나 연극, 발레 공연을 단순히 야외로 끌어낸다고 해서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축제는 역사와 전통 속에서 이뤄져 오던 생활을 문화적으로 형상화하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이웃 일본의 거리 마쯔리가 한 예가 될 것이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거리 투우나, 말달리기, 토마토 축제가 전통적인 축제이며 현대적인 것으로는 온 도시가 들썩이는 에든버러 공연 축제와 영화, 팝 축제 등이 있다. 축제는 개인의 문화를 그 사회의 공동체 문화로 격상시키는 기능이 있다.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 공동체 문화나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일 것이다. 없던 축제를 갑자기 만들어 내는 것도 안되는 일이지만 있던 전통을 없애거나 복원하지 않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침묵하는 보신각 종·화성 봉수대

이제는 문화 활동의 단위가 극장 안이 아니라 거리며, 사회가 돼야 한다. 요즘 안동과 양동 전통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전통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기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첫째 공간적인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진다는 것, 둘째 시간적인 우리 삶의 양태가 인간 보편적인 가치로 존중 받는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관광객이 늘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를 돈을 써가며 알려 하고 국제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가 높아지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수원의 예를 보자. 수원의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화성이라 하지만 아직은 조선시대 마을도 없고 문화 체험이 빈약하다. 정조와 연결된 무예24기 공연이나 야간 장용영 수위의식 등의 행사가 있지만 수문장 교대식처럼 늘 있는 일도 아니다. 정조학교에 다니면서 화성 별궁의 낙남헌에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펼쳐본 일이 있다. 별궁을 직접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문화가 살아 숨쉬는 거리 조성을

수원 종로 여민각의 종은 지난 2008년 10월8일 화성문화제를 시작하는 날 새롭게 세워졌다. 1776년 정조가 세운 종은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인 파루와 인정을 알리는 시계였다. 유럽 초원 국가에서는 시내 중심에 높은 교회나 공공건물을 세우고 종이나 시계를 달고 아침, 저녁 그리고 행사 시에 종을 울렸다. 지금도 시계가 고장 나면 수리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종로의 종은 무슨 용도로 서 있는가. 지금은 새해 시작이나 화성문화제 행사 그리고 수원시장 취임식 때 울린다고 한다. 시간의 의미는 사라지고 일년에 몇차례 기념 축포격인 타종으로 살아 있다. 야외 박물관용 종인 셈이다.

 

화성의 봉수대인 봉돈 역시 마찬가지로 전시용이 돼 있다. 봉수의 의미대로 평상시는 연기나 불꽃 하나를 정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하나 혹은 둘을 올려야 할 시대가 아닌가. 앞으로는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는 시대다. 그것이 바로 문화 복지를 이루는 사회다. 실천하거나 복원할 문화가 우리 주위에 있다. 문화는 살아 있어야 한다.  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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