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책임 묻기전 권한부터 줘라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 이후 지방자치의 비효율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재정의 위기와 비리를 비판하는 보도가 줄을 잇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중앙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며 지자체들을 무슨 비리의 온상처럼 몰고 간다. 저런 걸 어떻게 가만 두고만 보았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성남시편을 들 생각도 없고, 지자체의 비리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왜 오게 됐는지, 원인에 대해서 사회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과연 우리 정부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묻고 싶다.

 

지방자치의 비효율성이 자주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이 거의 없는 껍데기 지방자치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거미줄 같은 통제와 간섭 아래 놓여 있다 보니 자치 능력과 책임성을 개발하고 키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는 말 뿐이지 사실은 중앙집권이나 다름없다.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은 7대 3에 불과하고, 국세와 지방세간 비율은 1991년 지방자치를 부활할 당시 그대로 8대 2에 불과하다. 오히려 재원배분은 그대로인데 반해 복지비 등 지방비의 부담률은 중앙의 의지대로 점점 확대돼 가고 있다. 심지어 지방공무원 1명을 증원하는 것조차도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지방분권일괄법’을 시행하고 있다. 분권법의 본격적인 시행이후 국가와 지방간 사무배분이 명확해지고 국가와 자치단체와의 관계도 상하·종속적 관계에서 상호 대등·협력관계로 발전했다. 또한 자치단체의 과세 자주권이 강화돼 지방재정을 호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운영을 탓하기 전에 지방분권을 먼저 해 주는 것이 도리다. 이름만 지방자치제일 뿐 실질적인 권한은 중앙정부가 모두 갖고 있는 현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신동엽 시인의 시 제목을 잠깐 빌리겠다. 껍데기는 가라,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자체에게 주고 다시 얘기하자.

 

/박익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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