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겨우 스무 살 밖에 안 된 베트남 신부가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및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결혼 이민자 가정의 증가와 외국인 노동자의 계속되는 유입, 그리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이주하는 가정의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의 국제결혼 비율은 전체 혼인건수 32만7천715건 중 3만6천204건으로 약 11%에 달해 10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을 이룬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기준 외국인 비율은 2008년 현재 1.7%로 85만 4천명에 달하고, 그중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만도 7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을 이탈해 남한으로 이주한 새터민의 숫자도 2008년에만 1만4천여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문화사회는 복수의 인종 혹은 문화가 한 사회, 특히 국가 내에 공존하는 상황을 일컫지만 미처 제도적으로 준비가 되기도 전 다문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차별문제, 다문화가정이라 불리는 결혼이주민 가정의 복지와 교육문제, 정치적 믿음이나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북한에서 이주한 새터민의 문제 등 해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산적한 현안들이 그것들이다. 단일민족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듯이 동질성이 높은 사회였던 우리 사회가 다인종 및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사회의 도래와 함께 맞이한 다양한 사회적 현안문제에 대한 해법의 이데올로기로 1970년대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전형적인 다인종 국가들에서 활발한 논쟁을 거치면서 제시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문화 주체들 및 소수자들의 특별한 삶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위해 다원주의적인 사회, 문화, 제도적 인프라를 만들어내기 위한 집합적 노력인 다원주의가 21세기 선진한국 다문화사회의 사회·문화적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문원식 성결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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