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를 수호하라

최소한의 지원만 받는 기초수급자

최저생계비 압류대상서 제외돼야

“정부 수급보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 30만원을 받아 월세 1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고 있는 A씨(70·여). 당뇨병, 위장병, 고혈압 뿐만 아니라 관절염과 뇌혈관 계통 질병까지 앓고 있어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A씨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 채무를 지게 됐다. 결국 A씨에 대한 채권을 양도받은 자산관리 회사가 A씨의 정부 수급보조금과 기초노령연금 수령을 위한 예금통장 계좌에 대해 압류를 해 생계비를 전혀 쓸 수가 없게 됐다.” 위 내용은 지난 4월 한 언론기사의 일부다.

 

요즘 정부에서 정하는 ‘최저생계비’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한 시민단체의 캠페인으로 대학생 3명이 이달부터 서울 성북구의 장수마을 한 할머니 집에서 ‘4인 가족’이 최저생계비로 살아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이후 3년만에 최저생계비를 새로 결정하는데, 이 시민단체는 정부에 제출할 의견을 모으기 위해 체험을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대학생 3명 등 4명이 4인 가족으로 생활한지 일주일 후 가계부를 정산해보니 법정최저생계비(136만3천90원)의 60%이상을 썼다고 한다. 집의 벌레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아 고민했다고 한다.

 

가족 중 몸이 아픈 사람이 생기면 진료비 등으로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저생계비라는 의미 자체가 허물어지고 만다. 신체장애로 불편한 분들을 특별히 배려, 추가의 최저생계비를 지급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그래서 2002년에는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고시할 때 장애로 인한 추가지출 비용을 반영한 별도의 최저생계비를 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2000년 10월1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시행됐으니, 소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한 지 만 10년이 되어간다.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되고 시행됐다. 위 법에는 최저생계비란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여러 요건을 고려, 장관이 공표하는 금액이라고 규정돼 있다.

 

법에 의하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어려운 분들이 생계비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렇게 받는 생계비 등은 위 법에 의해 압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위 분들의 은행통장으로 입금되는 급여가 위 경우에서 본 것처럼 일반 예금과 같이 취급돼 압류되는 경우가 있다.

 

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는 이러한 어려운 분들의 하소연을 들어 왔다. 그래서 관할 지자체에 협조를 구해 위와 같이 급여가 압류되는 분들이 있을 경우 공단으로 안내하게 했다. 그런 분들의 의뢰를 받아 법원에 압류를 변경하거나 해제해 달라고 신청해 위 분들을 보호해 왔다. 그동안 압류를 변경·해제하는 법원의 결정은 약 3개월 이상 소요됐다. 법원의 결정이 있기까지 위 급여가 어떤 방법으로든 인출되면 위 신청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압류변경·해제 결정이 나기까지 임시처분으로 돈이 인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결정(잠정처분)을 법원에 신청해 위와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급자들이 생계급여 등을 수령하는 통장 구좌가 특별히 압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은행 내부의 어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 빨리 법제도가 정비돼 법원 결정 없이 최저생계비가 보호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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