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넘어 합심의 힘 만들자

우리 주위에는 감동을 주는 이들이 많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학문, 기술,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동트기전부터 어둠을 몰아내며 일하는 사람들,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태극 전사들, 무려 129억원의 사재를 털어서 자신의 일름을 딴 축구센터를 건설하는 박지성 선수에 이르기까지. 그들로 인해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고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자들 속에서 부끄러운 나를 바라보게 된다.

 

월드컵이 전 세계인을 흥분시켰다. 축구는 사람과 공이 펼치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또한 축구는 발과 몸으로 하는 공감 언어다. 때로는 말보다 설득력을 갖는 게 몸이다. 언어의 기능은 소통이다. 축구만큼 전 세계인들에게 공통의 희로애락을 주는 스포츠나 언어는 없다. 국가 위상과 브랜드를 높이는 효과가 최고인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이기도 하다. 골을 넣으면 다 같이 환호하고 찬 공이 골대를 맞으면 똑같이 탄식한다.

 

축구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서로 호흡을 맞춰 공을 몰고 질주하는 모습이 광활한 초원에서 힘을 모아 짐승을 사냥하던 원시의 야생 본능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산에 나무가 없던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 즐기던 토끼사냥이 떠오른다. 온 산을 뒤져서 토끼 한 마리라도 잡으면 마을은 온통 축제 한마당이 됐다.

 

축구통해 평등·협동의 힘 깨달아 월드컵처럼 국민 모두 다시 뭉쳐야

수 만 명이 들어가는 둥그런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다 보면 황인, 흑인, 백인 모두가 색깔을 떠나 인간으로써의 희로애락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연대와 일체감의 흥분을 확인할 수 있다. 축구를 통해 평등의 가치와 협동의 힘을 깨닫게 되고 분열과 대립의 족쇄를 끊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세계인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축구는 스포츠의 꽃이다. 그래서 강대국이니 군사대국이니 하는 나라의 경쟁질서는 월드컵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한국의 매운 맛을 보여 주고 오겠다’던 우리 태극전사들이 원정사상 최초로 16강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월드컵 16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축구의 아름다움은 공격 축구에서 나온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공격 축구의 기량뿐만 아니라 경기운영 태도도 성숙한 자세와 기품을 보여주었다. 8강 문턱에서 최선을 다한 패배로 국민을 감동 시켰다. 스포츠의 진짜 묘미는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제 한국 축구는 다음 월드컵을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붉은 악마들은 광장에서, 백사장에서, 도시의 이쪽 저쪽에서 목이 아프도록 응원했다. 투병중인 환자도, 농성중인 노조원들도 하나가 되었다. 월드컵 축구만큼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선거후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나라가 이념으로 갈라져 있다. 임진왜란시 사색당쟁으로 흩어지고 갈라졌어도 전쟁이 나자 전 국민이 의병으로 나서 한 뜻으로 뭉친 경험이 있는 우리 민족이다. 축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듯이 우리에게는 하나를 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바위를 뚫는 파도소리처럼 우렁찬 합심의 소리를 만들어 보자.  /박무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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