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새 단체장들의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이전에 있던 거창한 취임식 대신에 간소하게 그리고 장식물들을 대폭 줄여서 시작한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예측하지 못한 야당 우세가 들어나자 정치계는 물론 사회 여러 분야에서도 당황스러워 했다. 민심 혹은 여론이라는 게 평소 신문 방송을 통해 들어나야 하는데 숨어 있던 큰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한 당혹감이라고 하겠다. 우리의 정치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선택으로 시작된 정권교체는 우리 정치수준을 한 단계 높여 놓은 게 사실이다. 자칫 앞으로는 행정능력으로 단체장을 심판하는 게 아니라 주민의 기대욕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갈아치우는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정치적 혼란 속에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은 우선 시민을 상대로 한 소통의 방법을 배우고 스피치 개선도 이뤄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 행사 군더더기 줄이고
첫째, 수많은 의례 행사에서 허식을 없애야 한다. 지난 6월19일 6·25 60주년 평화를 기리는 ‘평화 콘서트’가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에서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대표와 함께 지역 시장, 농협 사장 등이 입장하는데 미리 의자에 앉아 있던 한 관객이 “앞이 안 보이니까 얼른 앉으세요”라고 소리치자 다른 사람들이 “동감입니다”라고 호응했다.
지금도 작은 지역 행사에 가보면 느낄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시장, 구청장은 물론 시·구의원에 온갖 관련 단체장까지 소개하는 데 행사 시간의 반을 차지하고 만다. 참석한 시민들이 참을성이 있더라도 마음으로 그걸 받아드리겠는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행사를 이어 갈 수는 없다. 차라리 구의원이 차 한 잔이라도 직접 들고 다니면서 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대면 접촉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많은 지방의 문화행사도 그 포맷을 바꿔야 한다.
둘째, 정책 홍보는 물론 스피치에서도 수사학을 고려해야 한다. 말이 짧을 수록 좋다는 건 진리다. 요즘 연설들도 점차 짧아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는 진리를 설파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연설은 36분이었고 오바마 대통령 연설은 18분이었는데 긴 이야기는 자칫 정책설명이 되고 만다. 취임식은 정치 철학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닌가. 일상으로서의 여러 지역행사는 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진대 그때는 연설에 유머를 갖추어 주민의 마음속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정치인이나 단체장은 희망의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위임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보면 의원은 장관에게 실무 과장이 할 일을 묻고 그 대답은 장관이 아니라 함께 온 국·과장들이 대신한다. 무슨 사업을 한다면 그 사업의 필요성과 효율성 같은 원칙에 대해 소신을 밝히면 되는 것이지, 입찰 흥정하듯 구체적인 숫자를 나열하는 비난과 추궁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비전을 통한 소통이 이뤄지면 결국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일이다.
시민과 한마음돼 희망 밝혀야
지난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에서 보여준 800여만 붉은 악마의 시민 에너지는 이어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며 여러 시민단체의 활동, 그리고 선거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가나 정치인은 시민들의 마음을 항시 읽고 그에 맞는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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