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일 방한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 교수는 “연구를 하면서 절망의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연구를 하다보면 자주 실패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매일같이 실패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할수록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흥미와 열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며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느 분야에서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거장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실패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패는 분명 살아있는 스승이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목표를 향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누군가의 성공에는 열광하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성공한 이들 주위엔 사람들로 들끓지만 실패하면 그를 ‘영원한 실패자’로 간주하고 대부분 등을 돌리는 게 세상 인심이다.
실패땐 구체·실질적 계획 세우고
최근 뉴질랜드에서 한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을 했다. 자살하기 전날 큰딸이 미니홈피에 “필요할 때만 찾고 쓸모가 없어지면 눈도 안 마주칠 사람들….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들이 시련을 겪을 때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있었다면 비극적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가족은 다시 힘을 내어 더 큰 성장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적 풍조에 대해 조지아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이디쓰 와이스코프 조웰슨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련에 수치심보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을 품위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있는 잘못된 풍토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시련을 겪었다고 해서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당당하게 극복해나가는 사람을 자랑스럽게 여길 줄 아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의 인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그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금융인 래리 핑크 회장도 이러한 세상의 쓴 맛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성공한 비결에 대해 ‘처절한 실패’라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다가 한 순간 큰 실패를 했다. 그 때 ‘리스크 관리는 모두가 행복한 시절에 더 절실하게 해야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가 큰 실패를 하고 나니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꼈고 더 이상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는 깨달음을 통해 다시 일어섰고 작년 말 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가 됐다.
누구나 미래를 향해 한걸음 진전하는 기쁨은 잠시, 몇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서 수천 번의 실패를 겪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피겨여왕이 되기까지는 얼음위에서 수만번을 넘어지고 실패와 좌절을 넘나든 후에야 가능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많은 실패들을 겪은 후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목표성취 할 때까지 전진해야 성공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점이라면 성공한 사람은 실패를 거듭해도 다시 일어나서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나아간다면 실패한 사람은 실패를 하는 그 순간 주저앉아 포기한다는 차이일 뿐이다.
CNN부사장 게일 에반스는 “여러 번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구성된 이력서가 승자의 이력서”라고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물론 실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 또한 없다. 실패는 성공의 또 다른 변주이며 자아(自我)다. /이국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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