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월드컵 주간이다. 11일 금요일에 시작해 7월12일까지 계속된다. 주말 토요일 저녁 8시 반에는 B조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린다.
축구의 국가별 실력은 무엇에 비례할까. 경제력일까, 인구 순일까, 축구 기술 수준일까. 다 옳은 말이다. 3가지 요소가 다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 나라 사회와 문화 시스템도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한다. 중국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구와 경제력이 세계 1, 2위다. 그런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51개로 종합 1위를 한 나라가 축구는 왜 안 되는 것일까? 바로 사회 시스템이 아직 유기화돼 있지 못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한 국가의 스포츠 발전에도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혼자 하는 경기, 이를테면 수영이나 다이빙, 육상에서 맞서서 하는 유도나 권투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서로 떨어져 하는 탁구나 배구 등을 거쳐 팀으로 맞붙어 하는 농구나 핸드볼 등 복잡한 경기로 발전해 간다. 그 정점에 축구가 있다.
축구는 그 나라 문화 수준 닮아
축구는 각 11명 씩 22명이 90분 내내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문지기도 그냥 서 있는 것 같지만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자리 이동을 하고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축구는 그 나라 사회의 안정도나 문화 수준을 닮은 것으로 보인다. 그 나라 사회가 움직이는 모습이 축구에 반영된다고 보인다. 개인 기술과 협력의 전술 등은 단지 축구만을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시민이나 사회 즉 국민이나 축구 팬들의 자율적 호응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원정 16강을 이루어 낼까. 지난 2002 월드컵에서 4강을 했으니 16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2002년에는 선수들이 1년간 틈틈이 집중 훈련을 했다.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바로 해외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파는 우리나라 축구 실력이 늘어났다는 증거가 되지만 합동 훈련 시 소집이 제때 되지 않는 약점이 있다. 축구의 선진국이라는 잉글랜드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돈이 우선 되는 프로여서 합동 훈련보다 자국 리그 경기를 더 중히 여긴다. 그리고 몸값이 높다 보니 시합 시 몸을 사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따금 선수가 감독보다 우위에 있어서 조직적이지 못한 때가 있다. 그러니 다른 중간 실력의 국가 팀이 오랫동안 합동 연습을 하면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1998년의 크로아티아나 2002년의 한국 그리고 터키가 그렇다.
세계 축구 수준은 16강 이상과 그 이하로 나눌 수 있다. 16강 이상으로 올라가면 실력과 운이 함께 작용한다. 우리 축구가 걱정 없이 16강에 들어가려면 프리미어에서 뛰는 선수가 20여명은 더 넘어야 한다. 그런 중에서 3분의 2를 고르고 그만큼 높아진 국내 선수에서 3분의 1을 골라 팀을 구성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는 해외파가 10명이라고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선수는 3~4명에 지나지 않으니 조금 더 축구의 인프라를 키워야 할 수준이다.
팀 성패보다 경기 자체를 즐겨야
축구는 스포츠다. 열 번 지다가도 한 번 이기면 그것으로 기분이 좋은 것이다. 건강으로 걷기를 강조하는 시대에 단조로운 걷기보다 조기축구라도 즐기는 사람이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전 자체를 즐기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기왕이면 한 사람의 팬으로서 우리 팀에 직·간접적으로 성원을 보내면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내지 않을까. 공은 둥그니까 승리를 기원하는 국민의 몫을 더하자. /김광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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