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권력

책임 인식못하는 정의는 권력남용

‘천안함 사건’ 객관적으로 도출해야

지난 주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의 공식적 발표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두 달 이상 지속돼 온 침몰 원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혼돈은 우선 일단락 정리된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적 발표에 대한 각계계층의 입장표명을 살펴보면 왠지 씁쓸함이 남는다. 이는 국가의 존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에까지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적)근거 없는 주장이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여기서 필자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입장차이를 다시금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 사태는 남북관계의 긴장을 불러온 정부의 실패한 대북 정책의 결과’라는 야권의 주장과 같은 정치적 논쟁에 또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정쟁(政爭)에 대한 논의보다는 ‘의사표현의 자유와 그에 대한 책임’이라는 아주 작은 원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사회적 사건에 대한 (예를 들면 정치적 입장에 따라)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안에 대한 관점, 즉 한 사건을 바라보는 출발점은 다를 수 있지만, 주장에 대한 근거는 반드시 논리성, 객관성,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천안함 사태의 원인규명을 위해 군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야에서 추천한)민간인까지 포함해서 조사단을 구성했고 더구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외국 전문가까지 포함, 조사했다. 중립적으로 구성된 그들의 조사는 과학적이고 명백한 증거제시를 통해 북한의 도발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인정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 역시 조사결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야당과 진보단체 지식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은 어떠한가.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객관적인 물증을 거부하고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다. 한 동양철학 교수의 말처럼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설득력이 없는 ‘가설적 추론’에 불가하다면, 과연 본인들은 정부의 발표에 반론을 펼 수 있는 논리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모든 천암함 관련 정보가 차단돼 있고 또한 정부가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반증을 할 수가 없다’라고 할 것이다. 이는 아마 가장 쉽고 편한 대답임과 동시에 가장 무책임한 답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식인의 독단이고 오만이다. ‘책임있는 지식인’의 주장은 명확한 논리(논리적 정의)나 검증과 근거(실증주의적 정의), 이것도 아니면 최소한 사회구성원이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규범적 정의)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을 할 때, 우리는 전문가(지식인)의 견해와 충고를 따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보다 그 사안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우리의 것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아니 우리가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것이 바로 정의(定義·Definition)의 권력(Power)이다. 그러나 정의하는 권력은 책임이 수반돼야만 하고, 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정의는 권력남용이다. 정의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논리와 근거에 입각한 객관적 사실에서 도출돼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인의 책임인 것이다.  /최순종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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