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서 자녀 하나를 키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문제인데,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결혼한 여성만을 시대의 무책임자로 몰아 세울 순 없다. 여성이 아이낳기를 기피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 중에도 남성들의 비협조와 무관심, 몰이해가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캠페인용으로 제작돼 임신부의 신체적 변화와 고통을 간접 경험케 하는 임부체험복을 남편들에게 입히고 기념품을 준다는 조건으로 5분, 10분 행사장 주변을 돌아보고 오게 하면 여유있게 가만가만 걷기만 한 것인데도 답답하고 고통스럽단다. 만삭의 배를 하고도 집안청소며 빨래, 밥짓기, 장보기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임부들이며 특히 직장여성이라면 산후에 출산휴가를 많이 쓰기 위해서 출산 당일까지 출근하는 위대한 어머니들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하루에 2시간 38분으로 나타난 반면 남성은 고작 24분이었다. 무려 6배나 차이가 나며, 5년 전 조사에 비해 남편이 4분 증가하고 아내는 9분 감소한 것에 그친다. 미국이나 유럽 내 선진국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2시간 이상인 걸 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너무도 억울하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주요 선진국들은 각국의 실정에 맞는 출산장려 정책을 폈지만 그들 나라 중 여성에게 불리한 성 분업적 역할규범과 남성본위의 가부장적 문화가 비교적 강한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출산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정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비교적 쉬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스웨덴,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나라가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으면 오히려 출산율도 높다.
“가정은 남성에게 ‘쉼터’지만 여성에겐 ‘일터’다”라는 말이 우리의 현실이고, 남편이 가사노동을 아내의 일을 덜어주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한 남성들이 선호하는 맞벌이도, 우리가 소원하는 출산율 회복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김광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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