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경과 사자향로

‘고려도경’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化奉使高麗圖經)’ 40권은 고려 12세기 전반 한반도에 관한 종합적인 지리, 풍속, 인물 등에 관한 대표적이면서 거의 유일한 견문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서긍(徐兢, 1091~1153)은 북송(北宋) 휘종(徽宗)이 고려에 파견했던 사신으로, 그의 임무는 고려의 최신 정보를 관찰 보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박학다식하고 글과 그림에서 신품(神品)이라 할 만큼 뛰어나서,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정보를 주도면밀하게 수집하고 기록하며 그림으로 그렸던 것이다.

 

서긍은 중국 풍속과 같은 것은 명칭만 써 넣고, 중국에 없는 새로운 것 300여 가지를 40권으로 묶어 글과 그림을 그려 상세하게 묘사했다. 불행히 그림(圖)은 소실되고 글(經)만 남아 전하고 있지만, 글만으로도 고려의 실상을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청자를) 고려인들이 비색이라 부른다(麗人謂之翡色)”라고 처음 기록했고, 참외 모양의 술그릇과 사자향로를 지목하여 특별하며 정교하고 아름다운데 그 색은 ‘비색이다’라고 적어 놓았다. 이렇게 특별한 (중국에 없는) 비색청자라면 그림까지 분명 그렸겠지만, 그림이 없어진 지금, 우리는 현존하는 고려청자 가운데서 서긍의 설명과 부합되는 술그릇과 사자향로를 찾아 실체에 접근하는 방법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자향로를 서긍은 산예출향이라 불렀다. ‘산예’는 사자를, ‘출향’은 향을 내는 향로를 가리키는데, 그는 “산예출향 역시 비색인데, 위에는 쭈그린 짐승(사자)이 있고 아래는 앙련(仰蓮)이 있어 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것이 가장 정절하며, …” 라고 하여 구체적 형상까지 설명해 놓고 있다.

 

현존하는 청자 명품 가운데, 국보 60호 청자사자향로가 있다. 또 별도의 장엄한 규모의 앙련 받침이 있어서 이 두 개의 작품을 어울리면서 상상하면, 서긍이 보았던 ‘비색의 산예출향’이 눈앞에 떠오를 것만 같다.  /최 건 경기도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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