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 아내와 상의해 아이를 하나만 낳아서 똘똘하게 잘 키우자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두 번의 실수(?)를 통해 셋이나 낳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국가 정책에 부응하는 훌륭한 가정이지만, 당시에는 산아제한 때문에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등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것을 보면 흐뭇한 생각이 들었지만, 야간 자습시간에 도망간 아이를 PC방에서 잡아서 데려올 때나 아내에게 대드는 등 일탈 행동을 할 때는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던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됐다. 선친께서 큰 아들을 안고 있는 나를 보시면서 “예쁘지? 나도 너를 그렇게 키웠다. 애들을 키우다 보면 부모 마음을 알 것이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 난다. 성경에서는 자녀는 부모들을 연단시키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들을 훈련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중소기업을 창업해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성장시키는 중소기업 사장님들도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코스닥에 상장해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창업 초기에 자금 조달, 기술 개발, 마케팅, 세무·회계 등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며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정신없이 사업을 할 때는 ‘내가 왜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해서 이 고생을 하지’라는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술 개발에 성공, 대기업에 납품하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급성장할 때는 ‘남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창업하기를 잘했다’는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내 아이를 키우는 정성과 마음으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중소기업들이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하나라도 더 해결하는 데 보다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최수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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