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형태가 변하고 있다

달력을 보면 봄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데, 아직도 날씨가 꽤나 춥다. 엊그제 일부 지역에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혹시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빙하기로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남극 세종과학기지 극지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구는 500년 주기의 소빙하기(Little Ice Age)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며, 인간 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지구온난화와 자연 주기의 소빙하기가 충돌하며 일시적으로 한파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인류의 삶터인 지구는 매우 복잡·다양한 유기체이다. 지구는 일정 수준 범위 내의 조절 용량은 스스로 갖고 있다. 우리가 재난으로만 알고 있는 태풍도 사실은 지구의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온도 조절 장치이다. 지구는 대기와 해양의 흐름을 통해 저위도에서 남은 열과 에너지를 고위도로 운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그 흐름이 왜곡되면 순식간에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이 바로 재난영화 ‘투모로우’이다.

 

사실 이런 극한 기후변화가 삽시간에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미 온난화의 여러 징후들이 가까운 곳에 나타나고 있다. 아열대 과수인 감나무는 추풍령을 넘어온 지가 제법 지났고, 대나무가 서울 한복판에서 조경수로 자라고 있다. 비 내리는 형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39년 동안(1971년~2009년) 기상청의 60개 관측소의 관측 결과를 보면, 여름철 평균 강수량은 70년대 631㎜에서 최근 794㎜로 크게 증가(최대 26%)한 반면, 비 내리는 일수는 6.5일 정도 줄었고, 하루 80㎜ 이상의 호우일수는 연간 20일에서 31일로 11일이 늘었다. 이는 집중호우 형태의 비가 내릴 확률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이러한 강수의 집중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강수의 집중화 경향은 물 관리를 어렵게 한다. 즉, 비가 일정 기간 고르게 오지 않고 한번에 많은 비가 오면 이 물을 받아쓰는 물그릇(댐)을 더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결국 기후변화는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난제를 우리 앞에 던져 놓고 있다.  /성영두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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