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길, 하늘의 혜택이라는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고려청자는 지금 우리 뿐만 아니라, 천 년 전 동아시아 세계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고려의 대표 시인 이규보(李奎報)도 “아름다운 청자는 열에서 골라 하나를 얻을(揀選十取一)만큼 귀하다”면서 “그 솜씨는 인간의 염원와 하늘의 조화가 어우러진 것”이라고 말한다. 청자의 아름다움은 한계를 뛰어넘은 신비의 경지라는 표현일 것이다.
물론 고려청자의 전설 같은 스토리는 우리끼리 자화자찬에서 시작하여 살을 붙여가며 불거진 거품이나 허상은 아니다. 절대 평가의 진원지는 바로 세계도자의 리더이며 청자의 종주국인 중국의 상류사회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고려청자 천하제일(秘色, 翡色)’이라는 말은 12세기 중반 남송(南宋)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의 책 ‘수중금(袖中錦)’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오늘날에도 최상품으로 치는 단계지방의 벼루, 건주의 차(茶), 서하지방의 말안장 등 중국 땅에서 만드는 20여 가지 천하 명품을 선별하면서 그 중 백자는 중국의 정요(定窯) 백자를 꼽았지만, 청자만은 중국 밖에서 만든 ‘고려 비색이 천하제일’이라고 분명히 밝혀 놓고 있다. 당시 중국 천하에서 월주(越州)청자, 요주(耀州)청자, 여주(汝州)와 관요(官窯)청자 등 기라성 같은 청자들을 제쳐두고, 중국 밖에 고려청자가 천하제일이라고 공정하게 평가한 것은 자부심 높은 중국 상류사회 인사로서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말미에는 “다른 곳에서 힘써 본받으려 했지만 끝내 미치지 못했다(他處雖效之 終不及)”고 덧붙여, 천하제일 고려청자를 모방하려고 중국 자체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 놓고 있다.
고려의 시인 이규보가 말한것처럼 인간의 염원와 하늘의 조화가 어우러진 고려 청자는 천(天), 지(地), 인(人)이 어우러진 지선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 건 경기도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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