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발

최근 미국 뉴욕타임지에 99세 생일을 눈앞에 둔 이발사가 소개돼 화제가 됐다. 세계 최고령 이발사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이 할아버지(Anthony Mancinelli)는 “은퇴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이처럼 오래 일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12세에 시작하여 87년간 종사하면서 항상 즐거운 모습으로 손님들을 대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처음 간 목욕탕 입구에 ‘명품 이발’이라 씌여 있는 간판을 보고 머리를 맡긴 적이 있었다. 얼마나 잘 하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명품을 강조했을까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고개는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이고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상태에서 머리를 깎는데 폼잡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자세가 굉장히 불편할 것 같았다. 조금은 우습게 보였지만 진지하게 깎는 모습에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세심하고 노련한 솜씨로 가위질을 한 후 거울을 들고 나의 옆모습, 뒷모습을 보여주며 만족하냐고 눈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 분이 ‘명품 이발’이라고 내걸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많이 변하기는 했다. 과거 사농공상이라 하여 기계 만지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이라 해서 차별하던 시대가 있었고, 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지만 ‘~쟁이’라 하여 업신여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업종에 오래 종사하여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또 존경하기도 한다. 한 우물을 파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것인가.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의 스케이트부츠를 만든 한 장인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반영된 적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할일을 다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주관도 뚜렷하며 일에 목숨 걸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인 것이다. 대를 이어 가업으로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이어가는 명장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조성필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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