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최종보 아주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언어나 차량에서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몸도 소통이 잘 돼야 건강하다. 그러나 노화나 사고 등으로 몸 속 어느 한 곳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고 심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요도 역시 그렇다.
요도란 방광에 모여진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할 때 통과하는 파이프 모양의 구조물이다. 언뜻 요도를 소변이 지나가는 길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요도는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중 소변을 새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요도 주변의 괄약근이 방광에 소변이 꽉 차 있어도 소변을 보기 전에는 배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요도의 다른 기능은 세균의 침범을 억제하여 염증이 잘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로 여성보다 요도가 긴 남성에서 염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 요도가 길어서 침범한 균이 올라가지 못하게 억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요도가 다친 것을 의심할만한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요도 입구에 출혈이 있을 때다. 즉 겉으로 봐서는 다친 곳을 잘 모르겠는데 요도에서 피가 흘러나오거나 소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오면 요도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요도가 완전히 파열된 때에는 소변을 보지 못하므로 빠르게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회음부나 성기 부분이 피멍이 든 것처럼 변하거나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요도의 한 부분인 구부 요도는 골반뼈와 인접해 있어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눌리기 때문에 더욱 손상이 많다.
요도 손상이 부분적으로만 일어난 경우에는 소변줄을 끼우고 약을 쓰면서 치료하면 좋아지지만, 나중에 검사에서 요도가 좁아졌다면 내시경을 이용해 요도를 넓히는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요도가 좁아지는 이유는 다쳤던 부위에 흉터가 남기 때문이다. 대개 피부에 생기는 흉터를 보면 볼록 솟아 있는 것처럼, 요도 안에 볼록하게 흉터가 남으면 그만큼 요도의 내경도 좁아진다. 이를 ‘요도 협착’이라고 한다. 요도가 완전 파열된 경우에는 치료가 복잡해진다. 사고 직후라면 요도 내시경으로 소변줄을 끼울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난 후나 파열이 심한 경우에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배꼽 밑의 살을 조금 째고 방광으로 직접 소변줄을 끼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요도를 통해 소변줄을 끼지 못한 환자는 최소 3개월 이상 지난 후에 요도 촬영을 하여, 파열 부위의 조직이 어느 정도 재건 된 후 막힌 부분의 요도를 제거하고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파열로 막힌 부분이 약 2㎝보다 길 때에는 단순히 연결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을 이식하든지 근육을 이용해 요도를 만드는 등 좀 더 복잡한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요도 내에 남는 흉터로 인한 요도 협착을 치료하기 위해 추가적인 내시경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다치지 않았으나 요도 협착이 생기는 경우는 대개 염증 때문이다. 염증으로 발생한 요도 협착의 특징은 음경부 요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구부 요도보다는 요도의 내경이 좁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요도염이나 장기간 도뇨관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요도 입구에서 구부 요도에 이르기까지 요도 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나 치료 기구의 발달로 염증에 따른 협착의 발생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요도 협착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우며 합병증이 많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혹시 회음부를 다친 후 요도에 피가 보이거나 소변 줄기가 점점 약해질 경우에는 빨리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종보 아주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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