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2년 전 안산시에 이주노동자만을 위한 동사무소 개념의 ‘외국인주민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다. 안산시에는 현재 50여 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4만여 명이 살며 이 중 절반가량이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는 원곡동 일원에 모여 살고 있다. 이곳은 무료진료센터와 문화의 집, 교육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임금체불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해결해 주는 콜센터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 10여 개국 출신의 상담사가 상주하며 통역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4만 명이 넘는 이들에게 행정 서비스를 전담할 주민센터가 최근에서야 문을 연 것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이제나마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을 우리 국민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정부 정책에 의해 1963년부터 이역만리 독일로 일자리를 찾아간 우리나라 2만여 명의 광부와 간호사들의 사정은 어떠했을까? 땅속 1천m가 넘는 막장에서 석탄을 캐고, 알코올 묻힌 거즈로 사망한 사람의 몸을 닦는 고된 작업을 해가면서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에 온 이주 외국인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 외국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는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 것이 독일이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초췌한 한국인을 자국인과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나눠주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점에서 우리와 달랐던 것이다. 때문에 3년간의 고용기간을 채우고 아예 그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정착한 광부와 간호사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21세기는 국가와 인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사회에 누가 먼저 적응하느냐에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과감히 버리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하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고충과 아픔을 나누려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말로만이 아닌 생각과 제도를 변화시켜 만든 ‘외국인주민센터’의 사례처럼 실천으로 이뤄내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최점숙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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