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생활정치 초석 다졌으면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오랜 굴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제헌헌법에 의해 지방선거를 실시하려 했으나 1950년 한국전쟁으로 지연되었고, 1953년 정전협정 후 실시된 지방자치제도 또한 1961년 군사정부에 의해 중단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된 지 30년이 지난 1991년이 되어서야 기초의회 의원선거가 시작됐고, 1995년 기초 및 광역의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됐다.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지방자치제도의 부활과 함께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생활정치’를 기대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환경, 소비, 자녀교육, 청소년 문제, 복지 등 다양한 문제들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는 이른바 ‘여성친화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이 지역사회 생활문제에 관심이 높고, 여성의 지역정치 참여확대가 실제로 지역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있다는 연구가 나라 안팎으로 많이 발견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여성의 정치권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여성후보의 당선 비율은 15% 수준이었다. 우리 정치가 지금처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소극적이고, 유권자 또한 정치에 소극적이며, 또한 정당과 투표권자가 지역주의에 함몰되어 화합과 포용보다 정쟁과 대결을 계속할 경우 생활정치의 실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생활정치의 실현은 정치의 심각한 문제인 지역주의적 정당지배와 정당간의 반목과 갈등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의 선거’를 되풀이 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고, 우리 사회 또한 그만큼 후퇴할 것이다.

 

생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정된 비례대표 여성후보 50% 공천 의무화 조치는 여성의원 확대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지역구 출마 및 단체장 여성후보 공천에 대한 조치는 미흡하여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지역구 여성후보 30% 공천을 의무화시키는 동시에 단체장 여성후보 10% 이상을 공천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기존의 정치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며, 생활정치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생활정치에 대한 이해와 정치의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유권자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의 본질에 대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지역주의적 정당지배 및 정당간 정쟁과 대결 구도는 어느정도 유권자의 정치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 이기도 하다.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한 방법은 유권자의 투표행위이며, 따라서 유권자는 지역 살림꾼이 누구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를 더욱 지역주민 생활과 격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의 투표 참여는 가장 필수 요소이다.

 

끝으로 정치지도자들 또한 정직과 투명성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지도자 개개인의 소양도 필요하겠지만 정치지도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그 처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절차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테면 선거법이나 기타 법률을 위반한 정치인이 있을 경우 당사자를 비롯한 소속 정당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한시적’ 법률을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 우리에게 선택의 시간은 많지 않다. 선거법 개정을 비롯한 유권자의 의식변화 등 우리의 선택이 향후 4년을 넘어 국가사회 발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사적 이기심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무엇인가 실천해야 할 때이다.  /박재규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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