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왕의 죽음

아프리카에 커다란 사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그 사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한 번도 사냥에 실패해본 적이 없었다. 몸놀림이 재빠르고 발톱은 너무나도 날카로워 밀림 속의 어떤 동물이든 단번에 때려눕힐 수 있었다. 사자는 사냥을 아주 좋아해서 틈만 나면 사냥을 나갔다. 하루에 두세 마리쯤 잡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모두들 사자를 아프리카의 제왕이라고 불렀다.

 

아무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 아프리카의 제왕에게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자기가 기껏 사냥 솜씨를 발휘해 놓으면 그것을 이용해 공짜로 이익을 챙기려는 얌체들이 들끓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사자들은 물론 하이에나와 자칼, 그리고 독수리와 솔개까지 합세하였다. 처음에는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자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사자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얌체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서는 사냥감을 자기가 다 먹어치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사자는 배가 부른 뒤에도 사냥감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먹어치웠다. 사자가 사냥감을 다 먹는 바람에 하이에나와 자칼, 그리고 독수리 등은 쫄딱 굶어야 했다. 배가 고파서 죽는 동물도 생겨났다.

 

사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사냥을 하고 신나게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움직임이 둔하고 소화불량에 걸렸는데도 사자는 다른 동물들이 먹는 게 싫어서 먹이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는 심장에 기름기가 끼어서 피가 돌지 않는 바람에 심장마비로 죽어버렸다. 사자가 죽는 날, 하이에나와 독수리들에게는 잔칫날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사자가 너무 많이 먹어서 엄청나게 비대해졌기 때문이었다. 얌체들은 사자의 고기를 뜯어먹으면서 역시 제왕이라 많은 것을 남겼다고 비아냥거렸다.

 

이 아프리카의 사자처럼 재능이나 재물을 다른 사람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있다. 조물주가 그에게 그토록 많이 허락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경인년에는 나보다 재능이 없고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성필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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