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009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나는 요 며칠 사이 수첩에 기재된 전화번호와 1년 동안 받은 명함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에게는 소중한 인연이며 이들이 있었기에 2009년이 내겐 행복한 한해였다고 생각해 본다.

 

이들 중에는 내게 도움을 준 사람들도 있고 내가 도와준 사람들도 있다. 또한 민원사항을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준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도움 요청을 받고도 나의 오만한 망각으로 인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연이 되지 않는 만남은 없다. 심지어 전생에서 3천번 이상 만나야 이생에서 한번 옷깃을 스친다고 했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올해의 단어로 ‘친구삭제(unfriend)’를 선정했다. 이 단어는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상에서 맺은 친구중에서 관계가 멀어지거나 별로 유용하지 않은 친구를 친구리스트에서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IT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메마른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 같아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하는 말이다. 필자같이 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지역주민들을 포함한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며 인연을 맺는다. 무릇 다른 공직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참다운 공복이 되기 위한 조건은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 관계의 바탕위에 신뢰를 쌓아가는 일일 것이다. 저물어 가는 2009년의 마지막 길목에서 그동안 쌓아둔 명함들을 뒤척이고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동안 이분들을 만나게 된데 대한 감사와 함께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이러한 인연들이 내 인생의 행복이요 정치인으로서의 큰 자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앞으로 한 1주일 동안은 만났던 사람들 모두에게 안부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야겠다. 특히 내가 무심했거나 관계가 소원했던 사람들에게는 직접 편지를 써 보내야 겠다.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쓴 편지는 전달 속도는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호소력이 있어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신재춘 경기도의회 예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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