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울리던 케럴송도 잠잠해지고 어느덧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선율이 익숙해지는 연말이다. 가족을 중심으로 변변찮은 글을 올리다 보니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되고 이제 60을 넘은 나이가 되면서 젊은 시절의 패기야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그 세월의 연륜이 주는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올 연말 내가 맡고 있는 복지관 송년 모임에 나의 부모님을 초대했다. 두 분이 아직 생전에 계시는 것으로만도 감사한 일이지만 부모님께 공식적으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번에는 작정하고 부끄럽지만 앞에 서서 나의 부모님께 감사의 표현을 했다. 부모님들이야 그저 자식이 잘 되기만 바라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 자식을 키우면서 내가 받은 사랑만큼 자식에게 주었는지 생각해 본다.
가족의 개념이 아무리 바뀌어도 늘 가족의 큰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의 맘이 아닐까. 아무리 보잘 것 없고 가난한 부모라도 자식을 위해 잘 되길 비는 맘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삶의 형편이 어렵고 또 살아가면서 그 자신 또한 그 부모로부터 가족의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모들이 역할을 다 하지 못해 어려움을 당하는 가정을 보게 된다. 본 복지관에서는 이런 가정을 위해 ‘사례관리’라는 사업을 통해 이들 가정의 역기능을 해결하고 역할 확립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애쓰고 있다.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모든 기능이 제자리를 잡을 때 안정을 찾을 수 있듯이, 우선 가정이 제 기능을 다 할 때 사회가 안정이 되고 그 속에서 경제적 안정도 추구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 해도 경제적으로 불안한 한 해를 보내면서 이런 어려움 속에서 우선 가정이 먼저 바로 서고 올 곧은 가정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며 이것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으로 노력하는 것이 지역 복지관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또한 지역사회가 다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 되돌아 보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새해 맞이가 되길 바란다. /박정자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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