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사꾼”

나는 자주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농사꾼입니다”라고 소개를 하곤 한다. 딸, 아들이 있으니 자식농사도 짓고, 교육자로서 제자 농사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원시내 근교의 작은 밭을 가꾸느라 만만치 않은 농사일에 힘을 쏟고 있다.

 

봄, 여름 밭에 가고 오는 도중에 있는 논을 보면 피사리를 하지 않아 벼보다 피가 더 많이 보이는 논이 있는가 하면 잡초 하나 없이 벼가 쑥쑥 자라는 논을 볼 수도 있어서 서로 비교가 되곤 한다. 예로부터 농사꾼을 하농(下農), 중농(中農), 상농(上農)이라고 세 부류로 분류했던 의미를 되새겨 보곤 했다.

 

농사꾼 세 부류 중 하농은 농사짓는 일을 게을리 해 알곡 농사보다 잡초 농사를 짓는 일꾼을 일컫는 말이다. 중농은 부지런하여 밭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농사를 알차게 짓는 농사꾼을 가리키는 말이며, 상농은 곡식을 가꾸기 전에 먼저 농사의 근본이 되는 땅을 기름지게 가꾸는 일부터 하는 농사꾼을 지칭한다. 하농은 풀을, 중농은 작물을 가꾸지만 상농은 흙을 가꾼다는 의미다. 땅을 열심히 가꾸는 상농이 잡초를 그냥 놔둘 리 없으니 세 부류 농사꾼 중에 가장 바람직한 농사꾼은 물론 상농일 것이다. 상농은 가을걷이가 끝나면서부터 다음해 농사준비를 시작한다.

 

다른 농사꾼들이 농한기에 쉬고 있는 동안에 이랑을 깊이 갈고 두엄을 넉넉히 넣어 땅심을 북돋아주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땅이 잘 가꿔지게 되면 다음 해의 농사는 성공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상농처럼 농사지어야 할 일이 어찌 채소, 고구마 같은 작물농사에만 한정되는 일이랴. 벼농사, 밭농사, 자식농사, 제자농사 등 어떤 농사도 만만하지가 않지만 어떤 농사든지 상농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할 때 환영받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해 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12월 세모(歲暮)를 맞아 교육자로서 교육농사는 어땠는지, 지난 한 해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미리미리 땅을 가꾸며 인정받는 상농 같은 교육농사꾼이었는지 자문해 보면 스스로 확신에 차질 않는다.

 

새해에는 나를 비롯한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미리 준비하여, 계획하고, 실천해 나감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교육적 풍토를 제공해주는 상농 같은 교육 농사를 지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조성준 수원시교육청 교육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