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사회

우리네 일상에서 12월은 사람 생각으로 가득한 계절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내의 생일과 어머니의 생신부터 거의 매일 이어지는 모임들, 송년을 빌미로 이어지는 모임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를 생각해야 되고 무엇인가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12월은 그야말로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되기 쉬운 나날이 될 것이다.

 

사람은 본디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채 태어나고 죽는다. 인체의 탄생과 죽음에는 남이 있을 수 없으며 순수하게 자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남을 생각할 겨를도 능력도 없다. 그렇기에 삶과 죽음 외의 시간에는 남을 위해 살도록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되어 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진화의 산물이 바로 이타적인 사회이다.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바로 덕(德)의 기원이다. 그러나 자본의 시대는 점차 이타적 사회로의 진화를 파괴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이다. 자기를 철저히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기에 매일 매일 몸조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 주변의 겨울에 이어지는 모임들은 인위적이고 이타적인 시간들을 그나마 남겨보려는 이기적 인간들의 몸부림이 아닐까? 용산참사현장이 그대로 방치된 채 겨울을 맞고 있다. 공권력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철거작업은 오늘도 진행중이다. 제 2의 용산참사는 어디나 도사리고 있다.

 

특히 개발이 매일 이뤄지는 서울과 수도권에 산재된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고사하고 오세훈 시장이 현장 방문을 통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위로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속에 개발의 목소리는 4대강으로 번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가도 이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말인가.

 

개인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타적 사회에 담겨져 있을 때에만 빛을 발한다. 자기를 비출 수 있는 사회의 거울이 있을 때, 개인의 존재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12월의 하늘은 유독 흐리다. 그 흐림속에 그 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잊혀졌던 희미한 사람들의 그림자를 찾아보자.  /이영문 아주대의료원 정신건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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