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가 우수인재 블랙홀 아니길 변호사 1만1천명이냐…10만명이냐
요즘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변호사 수의 증원 및 전문자격사간 동업규제 철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쪽의 논리를 대변한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변호사 수를 약 1만1천명으로 보고 전문 자격사 1인당 인구수를 비교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많다며 우리나라의 적은 변호사 수를 법률서비스 경쟁력의 저하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개업변호사 수는 약 1만1천명(2009년 기준)이고, 법률분야 유사 전문 자격사 수는 법무사(옛 사법서사)가 5천800여명, 세금관련 법률사무를 하는 세무사가 8천여명, 특허관련 법률사무를 하는 변리사가 3천800여명, 노사관련 법률사무를 하는 공인노무사가 2천 여명, 관세사가 1천300여명이다. 또 한국에서 부동산 중개 뿐 아니라 경매 대리, 부동산 개발 등에 관한 제반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약 8만5천명의 공인중개사도 법률분야 전문 자격사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경우와 같이 우리나라 변호사 수를 산정하면 약 10만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인구대비 변호사 수는 선진국에 비하여 적지 않다. 또 선진국들의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에 비하여 2배 내지 3배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오히려 많은 편이다.
위 법률관련 자격사들을 모두 변호사로 통칭하는 미국의 제도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를 선택할 때 자신의 수요에 맞는 변호사를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고르기가 힘든 단점이 있는 제도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위와 같이 소비자가 선택하기 쉽게 전문 자격사들을 엄격히 구분해 놓고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맞게 적절한 자격사, 즉 변호사 또는 법무사 등을 선택할 수 있고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할 가능성은 적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제 사법시험을 대체한 미국식 로스쿨제도에 의해 앞으로 매년 2천명 이상의 법조인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또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인가. 변호사 서비스의 질은 변호사 수가 많다고 하여 나아지는 것은 아니며 변호사 수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만족도는 그렇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양질의 서비스는 더 감소할 수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과학기술 고급두뇌 확보방안’을 보면 1971~1990년 예비·학력고사 수석자 23명 중 의대 진학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2005년 수능 전국 수석자 전원이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또 역대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 중 20.4%, 2002~2007년 과학고 졸업생의 10.5%도 의대에 진학했다. 사설입시학원의 2010년도 학과별 대입 배치표를 보면 자연계는 서울대 의대를 필두로 지방에 있는 대학의 의대, 한의대를 거의 다 채우고 서울대 일반학과가 나온다. 그래도 의료계는 의사와 의대교수가 ‘같은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 배출 수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의대 정원을 줄이기도 하는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그렇지 않다. 변호사 수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쪽은 변호사 업계 뿐이고 법대교수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변호사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며, 변호사 업계의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 붙인다.
물론 의학계나 법조계도 사회 발전을 위하여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창조적인 분야가 아니다. 과학기술계나 문화예술계야말로 무한경쟁의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이끌어 가는 분야인 만큼 창조적이고 뛰어난 인재가 몰려야 할 곳이다. 의료계나 법조계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인재들의 블랙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침을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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