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랜드마크 빌딩 경쟁에 뛰어 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짓는 건 한국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초고층 빌딩이 없다. 그래서 더욱 욕심을 내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랜드마크 빌딩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경기도에는 어떤 랜드마크가 필요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역사적으로 랜드마크는 한 지역의 표지나 경계표를 말한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돌기둥이 너른 대지 위에서 그러했을 것이고 시대가 흘러 유럽 도시에서는 첨탑 교회가 마을의 수호신으로 그 도시의 중심을 잡아 주었을 것이고 현대에 와서는 높은 빌딩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서울 숭례문 같은 대문이 그 기능을 했고 도성 안에서는 종로의 종각이 교통의 십자로에서 중심이 되는 표지물이 되었던 것이다.
랜드마크 빌딩은 오늘날에는 단순히 건물 높이가 높아서 표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의 첨단기술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 건물 안에 호텔, 사무실, 쇼핑 시설과 같은 현대사회를 축소해서 보여주는 문화의 집합지로써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도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곳이 여러 곳이며 그 중 서너 개가 실현이 가능하다는 등 심심치 않게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133층의 서울 DMC는 디지털 관련사업체를 앞세운 빌딩으로 특화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 랜드마크 빌딩이 갖는 기능은 무엇일까. 우선은 방향표지로써의 기능은 감소할 것이다. 원래 유럽처럼 평평한 초원지역 국가에서는 마을 어디서나 방향을 알 수 있는 에펠탑 같은 높은 탑을 세우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유럽 도시, 특히 궂은 날이 많은 런던에 가면 동서남북 방향을 찾기가 어렵다. 길도 교차로에 서면 넷이 아니라 5~6갈래가 나오는데 이때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날도 흐려 시간과 해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잡으려 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몇 번 다닌 사람은 나침판을 준비해가지고 가서 지도 위에다 나침판을 올려놓고 방향을 찾아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가. 어느 마을에나 산이 있다. 산이 바로 도시의 방향을 일러준다. 남산은 어느 마을에서나 남쪽에 있다. 북에 있으면 북악산이요 북한산이다. 서울에서도 남쪽에 남산이 있고 그 위의 팔각정이 랜드마크 안테나가 되는 셈이다.
경기도도 높은 건물 짓기 경쟁에 뛰어들 것인가. 인천 송도지역에도 151층짜리 인천타워가 들어선다고 한다. 인천에는 이미 바다가 있어 그 높이를 바다의 넓이에 비교할 바는 못 되고 그 건물의 기능으로 무엇인가 기능을 삼아야 할 텐데 수도권 중심이 아닌 곳에 사람을 끌어들일 문화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냥 높은 시멘트 빌딩 하나 짓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랜드마크 빌딩은 문화적인 기능으로 특성 지어져야 할 것이다.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이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은 미술관으로 그 도시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경기도는 무엇으로 알려야 할 것인가. 이천은 도자기 예술촌으로 랜드마크를 삼겠다고 한다. 경기도는 성곽문화에서 산지형 남한산성과 평지형 화성을 가지고 있다. 남한산성은 준비 중이지만 화성은 이미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수원은 화성을 잘 복원하여 성 안에 사람이 북적되는 시장이며, 문화 시설을 연결하여 랜드마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건축기술을 앞세우는 높은 빌딩 그것도 빠르게 짓기 경쟁에서 떠나 역사적 연장선에서 문화적 랜드마크 기념물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굳이 구조물을 짓는다면 오래 전의 건축가들이 제시한 산 위의 회전 원형 팔각정 같은 건물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김 광 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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