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단상

 ‘1박(泊) 2일’이라는 인기 TV프로그램이 있다. 여행이든 야유회든 하루 밤을 같이 자지 않고 당일로 다녀오는 것은 왠지 좀 섭섭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루 밤을 누구와 같이 자거나, 또는 자지 않더라도 밤을 지내는 것은 남녀사이든, 친구사이든, 가족사이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지난 9월 주말에 필자가 소속된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직원들 및 가족들과 포천의 산정호수를 들러보고 연천군 전곡읍 근처에서 1박을 하는 1박 2일 야유회를 다녀왔다. 수원지부 구성원은 변호사, 공익법무관(사법시험을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군복무 대신 3년간 검찰청 등 공기관에서 소송대리 즉, 변호사 업무 등을 하는 사람), 일반직을 포함 전 직원이 20여명이다. 공단 직원들의 신분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공무원적 성질의 것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업무 외에 조직 내 친목활성화 면에서는 일반 법무법인의 그것보다 아무래도 침체되어 있고, 소극적인 면이 없지 않다. 공단의 업무가 대민 법률 서비스 업무이다 보니 평일에 휴무하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휴일에 하기도 힘들어서 그런지, 연수 목적이든 친목 목적이든 전 직원이 1박을 하면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필자가 수원지부에 온 후 친목 도모도 할 겸 매달 간단한 등산, 여행 등을 가기로 하고 모임도 만들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지난 여름 처음으로 수원의 광교산 등산을 한 후 가지 못하다가 이번에 두 번째로 간 것이다. 야유회 갈 날을 잡아 놓고 하는 가장 큰 걱정이 날씨 걱정이었다. 가는 날 일기예보를 보니 출발일인 토요일에는 오전에만 비가 약간 오고 오후에는 안 온다고 한다. 첫 코스인 포천군 산정호수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직원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고 급기야 우박을 동반한 엄청난 폭우가 30여 분간 내렸다. 걱정을 하면서도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나며 맑아졌다. 길 위의 먼지를 없애고 상쾌하게 하려고 하늘이 우리를 반겼구나 하고 생각했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안에 돌아볼 수 있는 산정호수 둘레의 산책길은 국내외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길이다. 산책길을 돌며 바라 본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호수 풍경은 뒷 배경의 경치와 조화되어 여러 각도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을 주었다. 산책길은 소나무 숲길의 정취가 너무 좋다. 특히 호수 제방 쪽에서, 태봉국을 잃은 궁예가 나라 잃은 슬픔에 크게 울어 울 명(鳴) 소리 성(聲)의 ‘명성’이 되었다고 하는, 명성산을 뒷 배경으로 호수 풍광을 바라보는 것은 명성산의 여러 바위 빛깔과 어우러져 산정호수 경관의 백미(白眉)가 된다.

오후 4시경에 숙박할 전곡읍 근처의 소박한 별장에 여장을 풀었다. 같이 온 유치원생 정도 또래의 직원 딸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졸졸 흐르는 도랑물 소리, 가끔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외의 조용함에 양념이 되어 주었다. 약간의 술을 곁들여 우리 스스로 조리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모닥불을 피우고 불 주위에 둘러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서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보며 모두가 소년 소녀시절의 시골고향 모습으로 돌아가 보았다. 밤새워 이야기하며 모두가 나이를 떠나 친구가 되었다. 잠자리 등 모든 것이 불편하여 몸은 피곤하였지만 ‘1박(泊)’을 같이 하여 직원들과의 소통과 친목도모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뿌듯하고 편안하였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