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에 좋은 음식을 좋아하고 또 피곤함과 무기력함을 느낄 때면 부족한 것을 채울 만한 음식을 찾곤 한다. 또한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는다는 음식점이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모 방송국의 건강 프로그램에서 매주 한 가지씩 몸에 좋다는 것이 소개될 때마다 그 음식은 마트에서 동이 나곤 했다. 하지만 수십 회를 방송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두 가지는 몸에 좋은 효능이 있어 굳이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함께한 먹을거리에 적응했고 그것을 통해 영양소와 에너지를 얻어 왔으니 우리가 평소에 먹던 것들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불과 한 세대 전인 1960~1970년대까지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걷고, 움직이고, 몸을 써야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설탕과 같은 단순 당과 지방의 섭취가 많지 않던 시대에 살았다. 그렇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고 칼로리 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부족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영향인지 남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누구에게나 더 먹기를 권유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많이 먹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이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환자들 중에는 이러한 생각의 피해자들이 많으며, 그 숫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과식 관련 합병증 환자 갈수록 증가
대표적인 대사 질환, 즉 먹는 것과 가장 관련이 깊은 당뇨병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비만 환자는 우리나라 보다 많고 비만의 정도도 훨씬 심하다. 그럼 성인 당뇨병의 비중은 미국과 우리나라 중 어디가 높을까? 정답은 8%로 ‘똑같다’이다. 한국인은 수세기 동안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유전적 형질 변화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고열량 소비 사회로 바뀌어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과도한 식사량은 그에 비례하는 인슐린 분비를 필요로 하고 과도한 인슐린의 분비는 우리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 할 수 있는 세포를 고갈시켜 결국에는 당뇨병을 유발한다. 미국 사람들에 비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더 적고 쉽게 고갈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쉽게 당뇨병을 앓게 된다. 췌장의 인슐린을 자꾸 고갈시키는 반복된 과다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적량을 먹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고 또한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한 과식은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비만과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양 부족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거의 없는 반면 과식으로 인한 합병증을 갖고 병원을 찾는 이들은 너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과 비만은 흡연 못지않은 발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음식 종류’보다 ‘적정량’ 고민할 때
성별과 키에 따라 기초 대사량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본인에 맞는 식사량이 정해진다. 식당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두지 않고 1인분을 주지만, 키가 작거나 여성이라면 1인분을 초과 하는 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나 키가 작은 성인은 조금 남기는 것이 적당한 식사다. 본인에게 맞는 적정량을 먹는 것이 무엇을 먹는가보다 우리 시대에 맞는 제일 잘 먹는 법이다. 체중 감량을 고민한 적이 있다면 한번 실천해 볼 문제다. 오드리 햅번은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고 했다. 건강하고 싶으면 무엇을 먹을까에만 집중하지 말고 적량을 먹고 나머지를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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