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며칠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잠시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도 이제 또 지나간다. 왕성한 자연의 생동을 쫓아 다니며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그렇게 잊고 있었던 그 가을이 어김없이 다시 찾아 왔다.
가을은 흔히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남성의 계절 등으로 불린다. 무엇을 해도 잘 어울리는 넉넉한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가을은 나에게 세 가지 큰 선물을 가져다 준다. 그중에 하나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이다. 일상에 젖어들다 문득 창밖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새파란 가을 하늘은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탄성과 함께 나를 멍하게까지 만든다. 그냥 그렇게 물끄러미 시선을 멈춘 채 한참을 넋 잃고 바라다 보면 영화 속의 슈퍼맨처럼 그 투명한 창공속으로 쏙 빠져 들어가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맑고 깨끗하고 새파란 가을 하늘은 나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준다.
또 하나는 가을 꽃의 대명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코스모스꽃이다. 가냘프고 청순한 이미지의 코스모스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찾아 나서고 싶은 고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설레임이 가득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꽃이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은 마음을 부풀게 하고 그 길이 끊어지는 자락에서 왠지모를 허전함에 다시 그 길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가을의 선물 또 하나는 황금들녁이다. 노랗게 펼쳐진 잔잔한 들판을 보면 그 풍요로움에 가슴 뿌듯한 희열을 느낀다.
우리의 황금들녁은 그림을 그려도 사진을 찍어봐도 그 편안함과 정겨움에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대작이 나오게끔 되어 있다. 마을입구에 밤나무 익어가는 소리를 뒤로 한채 벼이삭이 패는 논둑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놀라 튀는 메뚜기도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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