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극한 투쟁을 보면서

근래 국회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아주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상대방을 비난한 채 행동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또는 우파진영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또는 좌파진영은 겉으로는 보수 또는 진보를 표방하고 자신들의 노선과 주장들이 다수 국민들의 복리에 맞는 것이라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깝게는 재선거, 보궐선거, 지방선거, 멀게는 총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정권을 잡는 것이고, 특히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 대선에서의 승리야 말로 승리 한 진영에 엄청난 성취를 갖다 주는 것이며 반대로 패배한 진영에게는 손실을 주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그러면 위와 같은 성취와 손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고, 그것을 잃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권을 잡는 진영에게는 엄청난 수의 공직 즉, 권력들이 분배되고, 더 나아가 정권을 잡는 진영과 가까운 사기업들에게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이권과 편의가 제공되어 그 기업이 특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진영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영은 표면적으로 보수와 진보, 중산층과 서민 등의 가치들을 내세우지만, 실제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출신 인구수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영남’과 ‘호남’이다. 즉 수십년간 영남정권이 집권하면서 공직과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에 영남인맥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게 된 것이고 그 조직내에서 우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시절에는 반대로 호남인맥이 정·관계 및 사기업에서 많은 우대와 혜택을 받았다. 양 진영이 모두 권력의 꿀맛을 보았다. 이러한 점은 ‘생존권’의 문제로 되었다. 현대에서 생존권이라는 것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상대적 차별감 또는 열등의식이다.

따라서 위 두 진영은 극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극한 투쟁을 없애려면 새삼스런 주장이 아니지만 지역감정, 지역차별을 없애는 길 밖에 없다. 모든 국민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든, 어느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왔든 차별 없이 채용되고, 승진에 있어 특혜가 없어야 한다.

아직도 공직이나 사기업에서 인사기록에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기록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안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느 지역출신인지 구별하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것부터 없애야 한다. 반대의 견해도 있지만, 얼마 전 새로 취임한 검찰총장이 인사카드의 출신지역, 출신학교 등을 모두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을 적극 지지한다. 필자는 충청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는 영남에서 다녔고, 호남출신의 처와 살고 있다. 따라서 누가 말을 하면 어느 지역 출신인지 대부분 알 수 있다. 지역마다 말투가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의 어투를 통일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그 사람과의 공통점을 찾아 친근해 지려는 질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고향이 어딘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묻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인사카드 등에 어디 출신인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기록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감정, 지역차별이 없어지고 모두 대한민국 국민으로 상대적 차별이 사라져서 국회에서 극한 투쟁이 사라지는 날까지 말이다.

위와 같은 국회 정파들의 극한 투쟁의 저변에는 그들이 외치는 어떤 숭고한 가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한 지역감정, 지역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오명균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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