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잘하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영어 조기 교육에 붐이 일고 있다. 심지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는 영어 태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모의 욕구를 반영하듯, 유아교육상업주의로 영어유치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은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가받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으로 등록돼 있다. 학원이기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운영 기준이 까다롭지 않고 정부의 관리감독도 소홀한 편이다.
대부분의 영어유치원에서는 원어민에게서 배워야 제대로 영어 발음을 할 수 있다며 원어민강사를 강조하고 있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영어를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영어를 배울 때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영어유치원에서 배운 말들을 유창한 발음으로 말하는 어린이들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또 부러워한다.
그러나 우리는 책에 쓰인 글이나 어른의 말을 암기하여 그대로 읊조리는 것을 보고 말을 잘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하고 또 그의 생각을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말을 잘하는 것이다.
영어문장을 외워 영어회화를 한다는 것이 마치 현대적인, 국제적인 인물을 키우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서울대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초의 외국인인 파우저 교수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왜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유태계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We will”을 “뷔 빌”로 읽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아직 유아영어교육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영어교육의 욕구해소를 위해 어린이들에게 영어교육을 하더라도 올바른 유아영어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린이의 발달단계의 특징을 고려한 영어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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