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나(Ghana)를 방문해 역사적인 연설을 하면서 “제가 태어났을 당시 케냐와 같은 국가들의 1인당 경제 규모는 한국 보다 훨씬 컸지만 지금은 한국에 완전히 추월당했다”고 하여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국제적으로 인정해 주었다. 지난 일주일간 가나의 수도 아크라(Accra)에 머물면서 이곳 국가 계획 수립 담당자와 예산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국가발전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자는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에 참여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돌아보는 의미를 갖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나는 우리보다 약간 늦은 1957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이후 독재정권·군사정권의 경험을 하였고, 1991년에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작년에는 박빙의 선거를 통해 평화정권 이양의 경험도 하였다. 우리의 역사와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정치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발전의 측면에서 우리와 구분되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이곳은 남부 도시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도 나무 아래에 책상과 의자 몇 개를 두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열악한 교육시설에 교사의 보수도 형편없어 인재를 양성할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 KOICA 사업의 일환인 월드비전(World Vision)에서 학교 지어주기를 하고 있어 가나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6·25 전쟁 중에도 천막 속에서 공부를 했던 흑백사진이 스쳐갔다. 그 열렬한 교육열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였고, 그러한 우수한 인적 자원 인프라가 경제발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 길 건너에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새벽을 가르는 5시가 되면 사람들이 모여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일종의 도매시장인 마콜라(Makola) 시장에는 집에서 재배했거나 만든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 그것을 사서 길거리에서 팔려는 1천여 사람들이 5시가 되면 모이기 시작한다. 엄청난 금(gold)과 코코아 생산국이라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근거한 물건이 들어오면서 이들의 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 21개가 있던 섬유공장이 문을 닫고 지금은 3개만 남았다는 이야기에 섬뜻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면 우리가 한창 경제발전을 하던 60년대에 중국이 사회주의 혁명을 하느라고 우리와 경제 경쟁을 하지 않은 것이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가나에 와서 우리의 경제 발전을 돌아보니 상대적으로 빨리 벗어난 식민지 경험, 당신 세대에서는 굶더라도 자식 공부를 시키려 했던 부모 세대의 교육열, 그리고 이를 통한 우수한 인적 자원의 확보,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적극적 의지(will to economize)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발전의 원동력이 이제는 발전을 저해하는 모순을 보여 주고 있다.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교육열이 공교육 파괴라는 공공의 적이 되었고,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의지가 투기 세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제 이러한 경제개발 초기의 힘을 새로운 발전 원동력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6년 한국을 방문했던 노암 촘스키(N .Chomsky)는 “한국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Many things are happening)”라고 하여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설명한 적이 있다. 그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역동성이 지향할 수 있는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목표 성장률 7%라는 숫자의 환상에 갖혀 있을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원대한 논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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