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지관 상담실에는 오후가 되면 아동들이 상담을 받으러 부모와 함께 온다. 한 아동당 10회 전후로 심리 상담 치료 전문가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아동들이 상담치료를 받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한 아이는 누가 봐도 잘 웃고 쾌활해 겉으로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7살 때부터 2년 동안 타인 앞에서 말을 안하는 선택적 함구증(psyhogenic-elective mutism)을 앓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의 엄마는 필리핀 여성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였기에 아이의 증상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치료사는 치료과정에서 아이가 못하고 있는 언어에 초점을 두어 수정하는 방법보다는 현재 아동이 잘 할 수 있는 것, 즉 몸짓, 손짓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엄마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감정을 공감해주고 지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아동의 호전되는 경과가 빠르게 나타나 4개월의 치료가 진행되면서 말문이 트인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나 또한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큰 감동이 내 마음을 적셨다.
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방어했던 침묵을 포기한 것이다. 아이 엄마 또한 조급해 하지 않고 믿음과 기다림으로 치료 상황에 맞게 대처해주었기에 단기적인 치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심리치료를 통해 이제 막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아동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건강한 자아를 되찾고 세상의 두려움과도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발휘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초등학교 1·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포함해 폭력성, 우울, 자살경향 등 학생정신건강 선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12.9%가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주변에 많은 수의 아동들이 정신건강에 취약함을 의미하는 수치다. 아동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각 분야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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