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술, 고전(古典)에서 찾는다

이규성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실·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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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익혀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지식과 도리를 발견한다는 뜻으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옛 것은 이미 지난 것이므로 새로운 것이나 익히면 될 텐데 공자는 왜 그리도 옛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옛 것은 전통과 같다. 우리는 전통이라 하면 왠지 낡은 것,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생활속에 살아있는 것으로 낡은 것과는 다르다. 옛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찮은 낡은 것이 될 수도 있고 값진 오래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양의학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총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최고라 한다. 동의보감의 가치는 실용성과 과학성을 중시하여 당시까지 동양의학의 지식을 망라한 것으로 오늘날에도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옛 것, 전통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농업분야에서도 옛 지식과 전통기술의 계승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농서 국역(國譯) 사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박세당의 ‘색경(穡經)’, 조선 정조대왕의 농업개혁 의지가 담긴 ‘응지진농서(應旨進農書)’ 등 지금까지 총 15권이 한글로 번역 발간되었다. 여기에는 선현들의 뛰어난 친환경농법, 전래농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1459년경에 편찬된 전순의의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온실 설계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온실로 알려진 독일보다도 170년이나 앞선 것으로 세계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고농서에는 현대에 녹색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전통기술이 실려 있다. 그야말로 녹색기술의 보고인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농업은 식물공장, 인공지능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할 실질적인 녹색기술은 전통과 첨단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그 효과는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그 원천을 우리는 고전에서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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