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마리 용(龍)과 중국

김진호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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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살게 될 줄은 20여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1980년대 초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당시 학교에 싸가지고 가던 도시락이 생각날 것이고, 학교와 그 주변에 허름하게 자리 잡고 있던 라면, 떡볶이, 막걸리집도 어설픈 기억으로 친구들과 함께 떠오를 것이다.

당시 아시아 4마리 용의 나라에 갔던 사람들은 대만의 장개석공항, 원산대반점, 중정(장개석)기념관 등을 보며 기죽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또, 홍콩으로 가보면 밤에 보이는 불꽃의 향연과 낮에 보는 고층건물이 우리를 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홍콩에 아시아의 관문으로 섬에 만들어진 첵나이핑국제공항의 웅장함은 우리에게 큰 부러움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되어 아시아 금융의 축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싱가포르에 도착해 마음대로 검을 씹거나 담배를 피우지도 못하며 돌아보던 그 계획적으로 설계된 국제도시는 우리에게는 꼭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동화속 도시 같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했는데, 우리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을 주최한지 어언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말 그대로 우리나라는 환골탈태했다. 국민들의 땀과 기업들의 선진화된 국제 전략과 정치가들의 국가 사랑이 모두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과 세계화외교는 결국 중국과도 수교를 맺었고, 개혁개방정책을 한창 진행하던 중국과 교류를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그러던 중국이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전후하여 천지개벽하고 말았다. 세계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고 있는 북경과 국제적 상업도시로 변모한 상해를 보고 나면 중국인의 대국적 사고가 정말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위용으로 자부심을 갖던 우리는 북경공항의 그 웅장함에 다시 기가 죽고 말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갖고 있는 상해의 고층건물을 보기 위해 다시 고개를 들어야 했다.

현재 과거 4마리 용의 시대에서 우리를 제외한 3마리 용은 중화경제권으로 들어가 거대한 용과 같이 비상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제 용이 아니라 아시아의 호랑이로 한반도의 개발을 통해 동북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시대를 준비하며 용에 버금가는 호랑이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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