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연기가 몰려드는 모기들과 낮에 딴 옥수수의 감칠맛이 더하는 여름밤은 시원한 아름다움이다. 할머니 무릎에 머리를 얹고 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헤아리는 것도 더위를 잊게 만드는 여름밤의 정경이다.
아무리 낮엔 불볕 더위여도 밤에는 어김없이 시원함이 찾아들던 어린 시절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열대야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던 것도 벌써 먼 과거다. 한밤 온도가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잠들기 힘든 더위 지표를 나타내는 열대야는 애초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동차, 건물, 공장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 열로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열대 저지대와 비슷한 현상이 최근 몇 년간 우리들의 안락한 밤의 휴식을 앗아가고 있다.
지난 2001년엔 열대야가 8일 나타났고 2004년엔 13일, 2007년엔 14일 동안이나 열대야가 우리나라에 나타났다. 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이렇게 매년 한여름의 10여일을 불면으로 몸부림치게 만들었던 열대야가 올해엔 단 하루만 관측됐다는 것이다. 벌써 8월 중순으로 치달으며 말복도 지난 시점에서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바로 자연환경의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상기후가 우리나라 곳곳에 나타나는 원인은 인간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채취와 사용으로 오존층이 파괴돼 더 많은 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밀실효과를 가져다 줘, 찜통더위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열대야 현상이 농촌보다는 도시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상기후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발전을 중단할 수는 없기에 자연환경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 같은 하찮은 평범한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자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도 많다.
자가용 운전을 자제하는 등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을 자세히 관찰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겨움을 찾을 수 있는 첫걸음이지 않을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