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모임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봉투에 들어 있지 않은 오래 살라는 덕담은 빨리 죽으라는 소리와 매 한가지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녀들이 용돈을 주면서 오래 살라고 하면 진심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고 말만 오간다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농담으로 다들 박장대소하며 넘겼지만 씁쓸한 기분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예전부터 노인들에게 무병장수하라는 말은 최고의 덕담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무조건적인 장수가 덕담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무조건 사적연금이 하나씩 있어야 하고, 각종 보험이며 동산, 부동산 등 노후를 위한 경제적 대비책이 필수가 돼버렸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달한다. 출산율은 한 부부 당 1.5명을 넘지 못해 2030년에는 고령화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더 이상 자녀의 봉양만으로 노인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후를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의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으로 되어버렸다.
그런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노인 중 노후의 대비책이 있는 사람이 50%가 채 안되고 그나마 대비책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대부분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책이 단지 노인들에게 생활비라도 벌게 해주자는 목적으로 단순반복노동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의 대비는 조금 더 본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이뤄져야 한다.
우선 성인지적 관점에서 ‘돌봄사회’에 대한 논의가 강조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노후 생활의 어려움은 경제 중심 사회발전의 파생물이라는 인식 아래 미래에는 그야말로 생로병사를 돌보는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인을 무조건 부양대상자, 비생산인구, 비전문가, 불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노인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산 능력을 인정하고 사회적 역할의 주체적 수행자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을 때 실질적인 정책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
결국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다는 것은 이전 사회의 노인에 대한 인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정부의 노인 정책도 바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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